여전히 거래 부진
순도 99.99% '포나인' 金만 거래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지만 적격 생산업체 6곳 불과
稅혜택 등 시장 지원책 내놔야
[ 김희경 기자 ] 지난 3일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귀금속 정련업체 ‘삼덕금속’ 공장. 순도 99.99%를 뜻하는 ‘포나인(four nine) 순금’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삼덕금속은 지난 3월 ‘KRX 금시장’의 적격 생산업체로 선정돼 포나인 금괴를 공급하고 있다. 포나인 금은 시중에 유통되는 금(대부분 99.7~99.8%)보다 순도가 높다. 하지만 공급량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이 업체의 금시장 공급량은 지난 3월 말 개장 이후 총 128㎏. 국내 대형 민간금거래소의 3~4일치 거래량 수준이다. 최팔규 삼덕금속 회장은 “최근 금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기대만큼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금 생산업체들이 참여를 꺼리고 투자자들의 금시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RX 금시장이 문을 연 지 100일이 넘었다. 하지만 여전히 거래는 부진하다. 금시장의 하루평균 거래량은 3.7㎏에 불과하다. 하루 10㎏ 정도는 돼야 공개시장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KRX 금시장은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금거래를 양성화하기 위해 개설한 금 현물시장이다. 금을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으며 실물로 인출할 수도 있다. KRX 금시장에선 포나인 순금만이 공급되며 골드뱅킹과 장외시장보다 싸게 구매하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이 시장에 대한 생산업체와 투자자의 선호도는 아직 낮은 편이다. 현재 금시장에 금을 공급하는 적격 생산업체는 6곳에 불과하다. 금시장 참여를 유도할 지원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국내 금시장의 70% 이상이 은닉 또는 탈세를 위해 영수증도 없이 거래된다”며 “이런 관행을 깨려면 참여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금의제매입제(古金擬制買入制)’를 재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금의제매입제는 사업자가 시중에서 24K 이상의 순금을 사들여 가공 후 되팔 때 세금 일부를 공제해 주는 것이다. 2008년부터 실시됐으나 지난해 말 폐지됐다.
금 상장지수펀드(ETF), 금통장 등에 비해 거래 방법이 용이한 편이지만 개인투자자 비중도 절반에 그친다. 최 회장은 “금 현물시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여전히 음성시장에서 순도가 낮은 금을 비싼 가격에 주고 사는 이가 많다”고 전했다. 공도현 한국거래소 금시장운영팀장은 “아직 시장 형성 초기 단계여서 세제 문제를 논의하기엔 이르다”면서도 “시스템 안착 이후 정부가 검토하고 공급 다변화 등 다양한 대응책도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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