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인 글 보면 긍정적인 댓글 줄어
페이스북 이용자 동의없이 '심리 실험' 논란
[ 강영연 기자 ] 페이스북이 사용자의 동의 없이 이들을 대상으로 심리학 실험을 한 사실이 알려져 심각한 비난에 직면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연구팀이 2012년 페이스북을 사용했던 가입자 중 68만9000명을 대상으로 1주일 동안 심리학 실험을 하면서 당사자의 동의를 얻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실험은 페이스북 코어 데이터 사이언스팀의 애덤 크레이머 등이 페이스북 게시물이 이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실시한 것이다. 제이미 길로리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제프리 핸콕 코넬대 교수 등도 참여했다.
연구팀은 페이스북에 접속했을 때 부정적인 내용의 뉴스피드를 본 사용자는 긍정적인 내용의 게시물을 거의 올리지 않는 등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대규모 감정 전이가 이뤄진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온라인 메시지가 사용자의 감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이것이 결국 오프라인에서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실험 결과는 이달 초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판에 ‘사회관계망을 통한 대규모 감정 전이의 실험적 증거’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다.
문제는 사용자들이 사전에 실험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브라이트워크코리서치의 제이컵 시악 설립자는 “페이스북이 이용자들의 감정을 조종한 이번 실험은 비윤리적”이라며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전체주의 정부와 다를 바 없다”고 비난했다. 페이스북은 이번 연구에 특정 개인의 정보를 이용한 바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한편 이 논문은 논란이 일면서 PNAS에 온라인으로 실린 논문 2만2203건 중 ‘온라인 영향력 집계’ 1위로 올라섰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