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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소영 “‘밀회’ 안판석 감독님 특훈 덕분에 배우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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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슬기 기자] 정소영과 인터뷰를 시작했을 때 드라마 속 첫사랑은 저 멀리 사라졌다. 청순가련한 여배우는 없고, 푼수끼 가득한 여배우가 마주하고 있었다.

무엇을 이야기하든 밝고 긍정적이었다. 새롭게 도전한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없었고, 남들 시선에 개의치 않았다. 주위 사람까지 밝게 만들어주는 해피바이러스 정소영은 한경닷컴 w스타뉴스와의 인터뷰 역시 유쾌하게 만들었다. 

◆ 연기는 이렇게 하는거야

중견 연기자라고 해도 무방한 15년차 배우 정소영. 데뷔 15년차에 접어든 그에게 연기는 아직도 낯설었다.

“솔직히 데뷔는 15년 차이긴 하지만 제가 실질적으로 느끼는 연기생활은 5년쯤 된 것 같아요. 그 전 10년까지는 연기를 하는 순간에도 즐길 수가 없었어요. 왜 하는지를 몰랐으니까요. 그래서 그 10년은 나를 만들어가는 과도기 정도가 됐던 것 같아요”

정소영이 느낀 배우의 시간은 고작 5년이었기에 15년이라는 세월이 그에게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정소영은 “이제서야 연기가 나한테 맞구나. 나의 길이구나”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선 여유로움이 담긴 중견 연기자의 모습보다는 신인의 모습에 더 가까워 보였다. 

“지금까지 제가 연기생활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신 분이 있어요. 최근에 종영한 ‘밀회’ 안판석 감독님이죠. 제 데뷔작품 ‘눈으로 말해요’ 감독님이시기도 해요.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직접 하나하나 가르켜 주셨었죠”

당시 안판석 감독은 신인인 정소영에게 ‘연기는 이렇게 하는거야’ ‘발음은 이렇게 하는거야’ 라며 한 달 동안 특훈을 했다. 감독이 신인 배우를 데리고 개인 교습하기는 어려웠을 터. 그럼에도 정소영에게 배우라는 이름표를 달게 해준 안판석 감독은 그에게 잊지 못할 사람이자 은인이었다.

“저에게는 큰 은인이죠. 그 작품을 안 했다면 전 지금 연기자가 아니라 다른 일을 하고 있었을 지도 몰라요. 너무 감사하죠. 감독님 덕분에 그 뒤의 작품들을 계속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저에게 잊지 못할 작품 ‘야인시대’를 만나게 된 것도요”(웃음)

그렇다. 정소영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작품 ‘야인시대’. 관련 검색어로 바로 나올 만큼 많은 이들이 ‘야인시대’ 박인애를 떠올린다. 그 때 당시 그는 지금의 수지만큼이나 국민 첫사랑으로 여겨질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

◆ 첫사랑 꼬리표 떼고 싶냐고?


정소영에게 ‘야인시대’ 박인애는 첫사랑 꼬리표와도 같았다. 이 작품 이후로 줄줄이 들어오는 배역은 첫사랑 이미지였다. 어떻게 보면 ‘야인시대’는 이미지를 확고히 정착시킬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지만 이미지 변신을 힘들게 한 작품이기도 했다. 그래서 조심스레 물었다. “이미지 변신 하고 싶지 않느냐”고.

“요즘 그런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제 이미지는 첫사랑 이미지인데 캐릭터의 변화를 할 것 인가. 아니면 지금의 느낌 그대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요. 그런데 막상 감독님들과 미팅을 할 때면 새로운 캐릭터가 아닌 청순한 역할을 하길 원하세요. 이제까지 그런 연기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그런 역할만 주어졌기 때문이죠”

의외였다. 내가 본 정소영은 청순함은 물론 섹시함과 발랄함이 공존했고, 나이에서 느껴지는 원숙함도 있었다. 또한 그는 승마부터 스킨스쿠버, 노래, 댄스까지 마스터 하며 다양한 역할을 하기 위해 충분한 노력도 하고 있었다. 

“제가 첫사랑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그 이미지를 굳이 변화하지 않아도 청순하고 지고지순한 캐릭터를 맡는 저의 모습을 감독님들과 시청자들이 원하니까요. 또 그 역할을 맡았을 때 오는 시너지 효과가 크다면 계속해서 해야 되는 게 아닐까요?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요”(웃음)

그렇다. 연기는 배우와 감독, 대중이 함께 만들어가는 작업이다. 3박자가 고루 맞아야 작품이 흥행할 확률이 더욱 커지는 법. 정소영은 “갑자기 흰색에서 검정색이 되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회색의 단계죠. 저만의 색깔을 채워가고 있어요”라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 연극이 좋은 이유

정소영은 연기력에 대한 갈증을 느끼며 그 배움의 터로 연극을 선택했다. 부족한 발성과 발음을 연극을 하면서 극복했다. 드라마 연기만 하던 그에게 연극은 또 다른 배움의 장. 신선하고 또 충격을 줄 수 있는, 연기에 맛을 들리게 한 새로운 계기가 됐다.

“연극은 관객들의 리액션을 바로 볼 수가 있어서 또 다른 묘미가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카메라 연기에 익숙해서, 연극무대에 서 있는 자체가 어색했죠. 무대에 서있으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에너지가 있어야하는데 전 걷는 것부터가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연극하는 어린 친구들한테 처음부터 하나하나 배웠죠”

연극을 함으로서 자신의 부족한 점이 보였고, 그것을 극복해 가는 과정에 기쁨을 느꼈다. 하지만 오랜 체력이 받쳐줘야 하는 연극 공연에서 그는 비문증으로 인한 실명위기도 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소영은 행복했고, 연기에 대한 욕심은 더욱 커졌다. 인터뷰의 끝이 다다를 때쯤 문득 그와 연기에 대해 끝없이 이야기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15년차 배우가 이토록 연기에 대한 열정이 큰 이유는 뭘까.

“연기를 잘 하고 싶어요. 제가 잘 하지 못하니까 계속 갈증을 느끼는 거죠. 요즘 유아인 씨를 보면서 ‘난 저 나이에 무엇을 했지?’라는 생각을 해요. 유아인씨는 타고난 연기 천재지만 전 끊임없는 노력파죠. 그러나 천재든 노력파든 모든 일에는 한 방은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목마른 갈증이 해소될 때까지 노력해서 한 방 노려볼려구요”(웃음) (사진제공: bnt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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