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겪는 개방·개혁
쌀시장 개방 공청회…찬반 대격돌
개방 찬성측 "의무수입 더 늘리면 농가에 큰 부담"
반대측 "개방 보류 등 모든 가능성 열어놓고 협상"
[ 조진형 기자 ]
“쌀 관세화 유예는 정부 의지에 달려 있다. 필리핀처럼 개방을 미뤄야 한다.”(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한국은 쌀 수입이 많고 경제규모가 작은 필리핀과 완전히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 개방이 불가피하다.”(이재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일 경기 의왕시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열린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에서 쌀 시장 개방을 둘러싸고 찬성측과 반대측이 정면 충돌했다. 정부가 쌀 시장 개방을 위한 첫 단계로 마련한 공청회였다.
○“공짜 점심은 없다”
시장을 개방하되 높은 관세를 부과하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소수의 목소리도 작지 않았다. 일부 농민들은 행사장 진입 과정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고, 주제 발표와 토론 중간중간에 고성을 질러 긴장감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필리핀 사례가 한국에 미치는 시사점을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전날 밤 필리핀이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쌀 관세화 5년 추가 유예를 승인받은 데 따른 것이다. 필리핀은 한국보다 3년 앞선 2011년 말 관세화 유예가 종료됐지만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2년 이상 WTO 회원국들과 협상을 벌여왔다. 필리핀은 관세화를 5년 더 보류하는 대가로 △연간 쌀 의무수입물량 35만t에서 80만t으로 2.3배 확대 △관세율 5%포인트 인하 등을 약속했다.
토론자로 나선 손재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사무총장은 “필리핀 사례로 공짜 점심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높은 관세율을 부과하고 쌀 지원대책을 마련해 쌀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필리핀의 기존 의무수입물량은 전체 쌀 소비량의 6.7%인 반면 한국은 9%에 육박한다”며 “필리핀처럼 의무수입물량을 2.3배가 아니라 1.5배만 늘려도 한국 농업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개방 필요성을 적극 강조했다. 김경규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은 “필리핀은 의무수입물량이 35만t이었을 때도 80만t 이상의 쌀을 수입한 국가”라며 “갈수록 쌀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한국이 의무수입물량을 추가로 늘릴 경우 도저히 그 부담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형 교수도 “비록 공개되진 않았지만 필리핀은 협상국 각각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들어줬을 것”이라며 “경제규모가 더 큰 한국이 관세화를 5년 유예하겠다고 나설 경우 필리핀과는 비교할 수 없는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율관세 보장할 수 있나”
하지만 쌀 개방 반대론자는 정부 의지 자체를 문제 삼았다.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정책위원장은 "정부는 필리핀처럼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버티면 WTO의 제재를 받을 우려가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전혀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관세화뿐만 아니라 현상유지, 관세화 유예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WTO 회원국들과 협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쌀 시장을 개방할 경우 관세율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장경호 부소장은 "정부는 쌀 관세율이 FTA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과 연계될 가능성을 애써 무시하고 있다"며 "협상 과정에서 정부 예상치(400% 안팎)보다 훨씬 낮은 200%대에서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측이 주장하는 대로 개방 대가로 고율의 관세를 관철할 수 있다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는 반문이다.
의왕=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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