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파이터 1 : 아니 류형 얼굴이 왜 그래!] |
그 당시 일본의 아케이드 시장은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와 같이 남코, 코나미, 타이토가 지배하던 시절이었다. 실제로 이 기사를 쓰고 있는 6월 11일은 CAPCOM의 창립 기념일 이기도 하다(1983년 6월 11일). 이 기사는 아마도 6월 16일 월요일이 막 시작될까 말까 도대체 이 시간에 깨어있는 사람이 있는 걸까? 의문스러운 그 시간에 편집국장님에 의해 세상에 공개될 것이다. 가끔 필자가 바쁜 척하며 일요일 오후에나 기사를 송부(送付)하기도 하는데, 마무리 편집 작업할 시간여유조차 주지 않고 편집국장님을 괴롭히는 것 같아 조금은 미안하기도 하다(결국 이 기사도 13일 금요일 저녁에 완성되었다).</p> <p>신생업체 CAPCOM이 1983년에야 시작한 것에 비하면 당시 아케이드 시장을 지배하던 남코는 1955년 6월 1일이 창립일이다. 코나미는 1969년 3월 19일이다. 타이토 역시 1953년에 설립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p> <p>그에 비해 1980년대에나 태어난 CAPCOM의 입지는 여러모로 열악하고 불리한 입장이었다. 이를 타개할 만한 무언가 신선하다 못해 충격적인 것을 만들어내야 할 강박관념 같은 것도 있었을 것이다(순전히 필자의 추측이다). 그런데 회사 이름의 유래를 보면 또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남코(NAMCO)의 경우 원래 처음 회사 이름은 한국에서 일본인 이름을 가지고 놀릴 때 주로 쓰는 '나카무라 제작소'라는 뜻의 'NAKAMURA Manufacturing Co.,Ltd '이었다. 그것이 조금은 부끄러웠는지 지금은 슬며시 'NATIONAL ASSET MANAGEMENT CORPORATION LIMITED'라는 단어의 약자로 NAMCO라고 우기고 있다.</p> <p>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아케이드 시장 천하삼분지계를 실현하고 있는 3개 회사 모두 본사가 도쿄[東京]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도 본사가 도쿄에 위치해 있으며, CAPCOM은 '오사카부 오사카시 주오구'에 위치해 있다. 오사카라는 도시는 '아즈망가대왕'이라는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는 캐릭터 중에 오사카 출신의 '카스가 아유무(春日 歩)'가 한국에 방영될 때 '부산댁'으로 나오면서 부산과 비슷한 도시로 인식하게 만드는 장본인이 되었다.</p> <p>한국 기준으로 본다면 남코, 코나미, 타이토는 수도 서울에 위치한 잘 나가는 게임회사이고 CAPCOM은 서울 입장에서 보면 지방에 위치한 게임 업체인 것이다. 지금이야 CAPCOM도 잘 나가고 있지만, 처음 시작은 이렇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게임 하나 소개하는데 회사의 설립 배경부터 지리적인 위치 요인에 따른 부분까지 참 장황하게 말이 길었지만, 필자가 늘 입버릇처럼 말하는 '아는 것이 힘이다(뭐 대충 그럴 것이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국 게임 회사들의 이야기를 써볼 계획이다.
■ 오사카 지역 게임사 CAPCOM에서 받아준 게임 '환골탈태'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져가는 게임이 못내 아쉬웠는지 CAPCOM은 이 게임을 다시 살려보기로 한다. 정확히는 '오카모토 요시키'는 젊은 시절 이름처럼 반골 기질이 강했는지(이놈시키 요시키) 상사들 특히나 경영진들과의 사이가 좋지 못했다. 결국 그를 받아준 곳은 지방의 게임 업체인 CAPCOM이었고 거기서 그는 새로운 전설을 써나가기 시작한다.
[심플하니 참 좋다.] |
[스트리트파이터 1 세계 지도 - 이 자식들 한국은 또 빼먹었어!] |
[싸우지 말고 사이 좋게 지내라.] |
보통 줄여서 'CVS'라 부르기도 하는 'CAPCOM VS SNK'는 'CAPCOM'이 개발을 주도했다. 하지만, 'CAPCOM'은 '갑'의 입장에서 억지를 부리지 않았고, 둘 다 경쟁하기보다는 하나로 합쳐 살아남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는지 많은 부분에서 양보하는 미덕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예 중에 하나가 바로 '스파'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조작 시스템 6버튼 체계를 버리고 'SNK'의 게임과 맞추기 위해 4버튼 조작 시스템으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이런 일들이야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일어난 일들이고 '스파2'가 발매될 때만 해도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p> <p>일단, '스파2' 자체가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충격도 가시지 않았던 상황이라 그럴 정신도 없었을지 모르겠다. 처음 동네 오락실에 괴상한 게임이 하나 들어왔는데, 기존 게임들처럼 어디론가 목적지를 향해 '종'이던 '횡'이던 스크롤도 없이 그냥 화면 하나(스테이지)에서 왔다 갔다만 하면서 주먹질 발길질을 해대는데 버튼은 손, 발 2개만 있어도 될 것 같은 것이 어찌 6개나 버튼이 달려있는지 그것부터가 굉장히 충격적인 게임이었다.</p> <p>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무렵에는 이 버튼 6개로 조합을 해서 기술을 써야 되는데, 그것이 36가지 조합도 아니고 약, 약, 중 하는 식으로 무려 180가지가 된다는 둥 괴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충격적인 점은 기계 앞에 앉았다 일어서는 시간이 매우 빨라졌다는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게임을 만든 것이 아니라 거의 동전 잡아먹는 새로운 기계가 새로 개발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동전이 눈앞에서 신속히 사라지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 몇 몇 친구들은 소위 '얍삽이'라 불리거나 동네에 따라 '짤짤이' 등으로 불리는 신경질, 짜증을 유발하는 새로운 공격 기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얍삽이'에 당하면 분노가 극에 달하며 오락 기계 안에서의 싸움은 종종 현실에서의 주먹질, 발길질로 이어지기도 했었다(필자의 친구 중에서도 브랑카로 제 자리에 앉아서 전기만 지지는 놈이 있었는데, 의자들이 날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 서태지와 아이들 데뷔 쌍끌이 인기-주마가편(走馬加鞭)
이렇게 한 방에 대박을 터트리고 흥하다가도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져 가는 게임들도 많았지만, 'CAPCOM'은 그런 우를 범하지 않았다. '스파2' 대박 성공 이후로도 꾸준히 불편요소들을 제거하고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면서 업데이트-유지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실제로 발매된 '스트리트파이터' 시리즈만 해도 수 십 타이틀에 이른다.
['CAPCOM VS SNK' - 이런 꿈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날줄이야..] |
'스트리트파이터 2' 얘기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아직 PC버전이 발매되기 이전에 콘솔 게임기가 없는 일반 가정집에서도 '스파2'를 하고자 하는 염원을 이뤄주기 위해 당시에 'CAPCOM'에서조차 생각하지도 않았던 PC버전이 등장했다는 것이다.</p> <p>그 당시 하이텔에서 활동하던 '정영덕'님께서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SFC'버전의 '스트리트파이터 2'를 '비디오 블래스터'를 이용하여 스샷(캡쳐) 노가다를 통해 스프라이트 파일을 작성하여 PC용으로 게임을 개발했던 것이다. 물론 초기에는 도트가 상당히 튀는 등 원작에 비해 다소 부족한 퀄리티를 보여줬지만, PC에서 '스파2'를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스파2' 유저들은 감격했다.</p> <p>이후에 계속된 업데이트로 원작에 가까워져 갔고 그 이후에 다른 파생 버전도 여럿 공개됐다. (이를 테면 드래곤볼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버전이라던가..) 지금에서라면 여러 가지 법적인 문제들이 있었겠지만, 특히나 라이선스 문제.. 그 당시에는 그런 부분보다는 '스파2'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이뤄낸 결과라는 것에 대해 무한한 감동을 받았다.</p> <p>그 때도 따로 연락드릴 사이가 아니라서 감사의 표시를 하지 못했는데, 20년이나 지나서야 지면을 통해 인사를 드린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영덕(wd40)님 덕분에 수 많은 동전을 세이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한국의 게임업계가 지금처럼 거대해지기 이전 한국인 게임 개발자도 그렇게 많지 않았던 시절에 간간이 게임 잡지나 신문에서 한국에서 개발한 게임! 이라며 짧은 뉴스만 접할 수 있던 시절에 '스파2'라는 세계의 대작 게임을 한국에서 한국인이 PC버전으로 만들어 냈다는 사실에 장래 게임 개발자가 되고자 했던 필자에게 큰 용기를 주기도 했다.
[여러모로 필자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던 '정영덕'님의 PC버전] |
■ 필자의 잡소리
최근 게임이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 중독이다, 마약이다 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상이 된 것 같다. 아마도 '스트리트파이터'가 기존에 없던 게임으로 최근에 출시가 되었다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 보고서 등에 폭력성에 대해 뉴스들이 쏟아져 나왔을 것 같다.
[아 마이 누님..] |
어찌됐던 적절한 시기에 때를 잘 맞추어 출시하는 것도 복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이다.</p> <p>한경닷컴 게임톡 큐씨보이 객원 기자 gamecus.ceo@gmail.co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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