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효진 기자 ]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인수·합병(M&A)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구글, 애플, 아마존, 텐센트 등 대표 IT 기업들이 고유 영역을 넘어 경쟁사 사업 영역까지 진출하고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개발부터 로봇 사업, 스마트카 등 새로운 영역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반면 국내 IT 기업들은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
◆ 경쟁시장에서 격돌하는 글로벌 IT 기업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점유율 80%를 보였다. 최근 모바일 메신저 '탱고'에 2억8000만 달러(약 2850억 원)를 투자했다.
알리바바는 또 모바일 메신저 '라이왕'을 출시하며 텐센트 '위챗'에 맞불을 놓은 상태다. 중국 인터넷TV 기업인 와수미디어의 지분 20%,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차이나비전의 지분 60%를 인수하며 전자상거래와 시너지 효과도 노리고 있다.
텐센트는 알리바바에 맞서 온라인 쇼핑 사이트 JD닷컴의 지분을 매입, 전자상거래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반면 검색 분야에선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의 검색엔진인 '소우거우' 지분을 인수했다. 투자금액은 4억4800만 달러(4560억 원)에 달한다.
미국 IT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아마존은 구글 유튜브를 견제하기 위해 무료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 설립자인 제프 베조스는 지난해 8월 워싱턴포스트를 2억5000만 달러(2540억 원)에 인수하며 미디어 산업에도 손을 뻗었다.
◆ 무인자동차 · 로봇·무인기… 내일을 준비하는 강자들
글로벌 IT 기업들은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서도 분주하다. 대표 주자는 구글이다.
구글은 스마트 안경 '구글 글래스'를 통해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에 화두를 던졌다. 최근 구글 카 프로젝트 프로젝트를 통해 무인자동차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디오 카메라가 도로를 읽고, 내장된 정보를 통해 스스로 핸들이나 브레이크를 조절하는 기술이다. 구글이 자동차 업체를 인수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구글은 지난 4월 무인기(드론) 제조업체인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 10년 간 약 130개 기업을 인수했다. 향후 최대 300억 달러(30조5500억 원)를 M&A에 사용할 예정이다.
페이스북도 올해 초 영국 무인기 제조업체인 애센타를 2000만 달러(203억 원)에 사들였다. 또 가상현실 헤드셋 제조업체인 오큘러스 VR을 20억 달러(2조 원)에 인수해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형식의 SNS를 구상하고 있다.
아마존 역시 '프라임 에어'라는 무인기를 이용한 택배 서비스를 2015년 초 상용화할 방침이다. 고객이 주문하면 가장 가까운 베송센터에서 30분 내에 배송을 해주는 방식이다.
◆ 국내 기업, M&A 발 묶였나
국내 IT 기업들은 새로운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000년 한게임을 인수하며 급성장했다. 네이버는 한게임 이용자가 유입되는 효과를 얻었다. 한게임은 네이버의 결제시스템을 활용했다.
네이버는 2006년 검색사이트 '첫눈'을 350억 원에 인수했다. 현재 글로벌 메신저로 자리잡은 '라인(LINE)'의 개발 핵심인력은 대부분 첫눈 출신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공격적인 M&A에 나서는 대신 네이버 키친, 워너비, 윙버스, 윙스푼 등 6개의 서비스를 접었다. 인터넷 골목상권을 침범한다는 비판에 상생자금으로 2000억 원을 출연하기도 했다.
2위 업체인 다음은 네이버를 쫓기 위해 지난 2001년부터 총 8곳을 인수, 약 332억 원을 투자했다. 국내 검색 점유율 2위 자리는 구글에 내줬다.
다음과 카카오가 손을 맞잡으면서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이 있다. 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와 최세훈 다음 대표는 '다음카카오' 출범을 알리면서 "합병 이후에 경쟁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M&A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내 IT 기업이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는 환경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IT 산업은 영역과 국경의 구분이 무의미해 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 이라며 "세계적으로 최대 규모의 인수, 투자 열풍이 불고 있는 급박한 시점에 국내 기업들은 규제 이슈 등으로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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