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되레 강세
[ 김동윤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이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금리’ 카드를 뽑아들었지만 유로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국채 매입 등과 같은 양적완화(QE)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7일(현지시간)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ECB가 지난 5일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은행 예치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 미국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가치는 약세를 보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유로화는 ‘순리대로’ 움직이는 듯했다. 그러나 한 시간여가 지난 뒤부터 유로화 가치는 상승세로 반전했고, 결국 이날 유로화 환율은 전날 대비 0.4% 오른 유로당 1.3658달러로 마감(유로화 강세)했다. 다음날인 6일 전날보다 소폭 하락한 1.3641달러에 마감하긴 했지만 여전히 ECB 회의 직전인 지난 4일(1.3598달러)보다는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보통 금리 인하를 비롯한 통화완화 정책을 시행하면 해당 지역의 통화는 약세로 돌아서지만 이와는 반대 결과가 나오자 ECB의 디플레 방어 정책이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미국식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언급 강도가 약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드라기 총재는 당시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 많은 정책을 내놨지만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고 발언, 향후 QE 정책을 쓸 수 있음을 암시했다.
엘사 리그노스 RBC캐피털 투자전략가는 그러나 “드라기 총재의 발언만 놓고 보면 QE는 비교적 먼 미래에나 쓸 수 있는 카드였다”며 “투자자들은 대략 언제 QE를 실행에 옮길지에 대한 힌트를 원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은 ECB가 국채를 매입하는 양적완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다. 또 예치금 금리와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에 대해 드라기 총재가 별도로 언급하지 않은 점도 시장을 실망시켰다.
일부 전문가는 그러나 유로화 강세는 ECB 회의 전까지 유로화 약세에 베팅했던 헤지펀드들이 ECB 회의 직후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FT는 “미국이 이미 기준금리 인상 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에 유로화 가치는 결국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게 상당수 애널리스트의 예상”이라고 전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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