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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동호회 진화 ⑩] '똥차'만 고집하는 '클래식카 뱅크' … "고물? 슈퍼카 뺨치는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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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5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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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전자 3000만 명 시대입니다. 자동차는 삶의 일부가 됐습니다. 단순히 운전하는 시대에서 즐기고 공유하는 시대로 바뀌었습니다. 동호회도 진화했습니다. 친목 도모, 정보 교류, 소비자 보호 등 다양한 역할을 합니다. 한경닷컴이 경상용차 다마스부터 수입차 성장을 이끌고 있는 아우디까지 다양한 차종의 동호회를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

    [ 최유리 기자 ] 수동식 창문, ℓ당 4~5km에 불과한 연비, 최고 시속 120km, 에어컨과 히터는 기대할 수 없는 자동차. 고연비·고성능을 뽐내는 신차들이 줄을 이을 때 초라한 스펙에 열광하는 이들이 있다. 남들 눈엔 '고물'로 비춰도 '보물'로 여기는 클래식카 동호회 '클래식카 뱅크'다.

    클래식카는 차를 원형 그대로 복원해 타는 것을 의미한다. 엔진과 파워트레인, 각종 편의장치를 달아 변형하는 튜닝차와 다른 점이다. 회원들이 가진 차량 연식만 보면 자동차 박물관이 따로 없다. 1956년식 메르세데스-벤츠 300SL 걸윙부터 1968년식 폭스바겐 비틀, 1976년식 현대차 포니까지 볼 수 있다. 국내 최장수 세단인 1세대 쏘나타(1985년)는 갓난아기에 속한다. 동호회 운영자 정경원 씨를 만나 클래식카의 매력을 들어봤다.

    ◆ 과거 향수(鄕愁) 베인 클래식카…자식처럼 '애지중지'

    정씨의 보물은 1992년에 생산된 쌍용차 칼리스타다. 영국 팬더사 모델인 칼리스타는 쌍용차가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국내 첫 오픈카로 생산됐다. 판매 부진으로 2년 후 단종될 때까지 78대만 판매된 희귀 차량이다. 배우 한가인, 연정훈 부부의 웨딩카로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큰아버지가 타시던 차를 물려받았습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차거든요. 동호회 회원들도 비슷한 이유로 클래식카를 탑니다. 단지 타는 수단이 아니라 지나간 시간이 서린 애장품이죠."

    애장품을 다루는 그의 손길은 각별하다. 아침마다 보닛을 열어 문안 인사를 드리고 아무리 급해도 1~2분 예열 없이는 차를 출발시키지 않는다. 차를 운행하지 않을 때는 부식을 막기 위해 별도로 마련한 차고에 보관한다. 자식 키우는 것 못지 않게 정성을 들인다.

    불편한 점도 있다. 사람들의 부담스런 시선이다. 차를 몰고 나가면 금새 사진이 찍혀 포털사이트에 오르내리기 일쑤다. 클래식카의 적인 비나 눈이 내리면 꼼짝없이 차고를 지켜야 한다. 무엇보다도 단종된 차량의 부품을 구하는 일이 큰 난제다.

    "수입차는 모델이 단종되더라도 부품을 계속 생산합니다. 그 덕에 이베이 등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부품을 구할 수 있어요. 반면 국산차는 단종된 지 6~7년이 지나면 부품 수급이 어려워집니다. 그나마 폐차장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죠. 전국 어디든 폐차장에 어떤 모델이 들어왔다는 정보가 들어오면 모두 몰려가 필요한 부품을 얻어옵니다."

    ◆ 자동차 선진국 되려면…'산업+문화' 두 마리 토끼 잡아야

    부품 수급을 비롯해 국내에선 차를 오래 타기 어렵다고 정씨는 토로했다. 국가 경제를 책임지는 산업으로만 키우다 보니 자동차의 문화적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지적이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차를 상품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신차 출시에 급급합니다. 역사적인 가치가 있어도 잘 팔리지 않으면 생산을 멈추죠. 그렇다보니 일반인들도 차를 단지 소모품으로만 바라봅니다. 클래식카를 타고 다니면 오래된 '똥차'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많죠."

    국내 자동차 문화에 아쉬움을 갖던 그는 지난 4월 클래식카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봤다. 동호회 회원들과 일본 오카야마현에서 열린 클래식카 축제에 참여하면서다.

    "70대 노부부가 그들만큼이나 나이든 클래식카를 타고 축제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부러웠습니다. 차주뿐 아니라 관람객들도 즐거워하더군요. 관광객 4만~5만 명을 끌어들이는 지역 축제로 자리 잡았을 정도니까요. 일본이 자동차 선진국으로 꼽히는 것은 자동차가 하나의 문화로 인정받기 때문이죠."

    일본이나 유럽에 비해 국내 클래식카 문화는 갈 길이 멀다는 게 정씨의 생각이다.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자동차 생산국이라고 하지만 역사 의식은 아직 부족합니다. 국내 대표 브랜드인 현대차가 포니 모델을 구하려고 동호회에 연락을 해왔을 정도니까요. 현대차가 곧 자동차 박물관을 연다고 하지만 동호회가 갖고 있는 클래식카가 더 많을 겁니다."

    동호회 활동을 통해 클래식카 문화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그의 목표다.

    "1933년형 포드 트럭을 개조한 소방차가 국내에서 문화재로 등록됐습니다. 클래식카의 역사적인 가치를 인정하기 시작한거죠. 앞으로 동호회를 통해 클래식카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모든 세대가 추억을 공유하는 매체가 될 수 있도록 말이죠."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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