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디젤 이어 쏘나타 디젤, SM5 디젤 등 잇따라 출시 예정
말리부 인기에 국산차업계 고무돼···수입차 방어 나설듯
[ 김정훈 기자 ] "그랜저 디젤로 수입 디젤차 공세를 막겠다." (곽진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
현대자동차가 디젤 세단을 선보이며 자동차 시장 방어에 나섰다. 부산모터쇼에서 공개한 3000만 원대 중반(3500만 원 안팎 예상)의 그랜저 디젤이 수입 디젤차 공세를 막을 첫 번째 작품이다. 전통의 가솔린 승용 그랜저마저 디젤 엔진(2.2ℓ)을 장착했다. 수입 디젤차 확대에 대한 현대차의 대응이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그랜저 디젤은 그랜저 전체 판매분의 약 20% 정도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며 "수입 디젤차 열풍을 감안해 그랜저를 시작으로 중대형 차종에 디젤 엔진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 수입차 공세속 국산 중대형도 '디젤 카드'
올 연말까지 국산 디젤 세단이 잇따라 쏟아진다. 작년까지 소형차 중심이던 디젤 라인업이 올들어 배기량 2000cc 중형급 세단으로 확대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고를 모델도 많아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부산모터쇼가 끝난 직후부터 그랜저 디젤을 공식 판매한다. 모터쇼에서 일반 관람객에게 보여준 후 신차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한국GM은 유럽에서 파워트레인 부품을 수입해온 중형 세단 말리부 디젤을 출시해 적극적인 구매를 유도했다. 한 달 동안 3000여대 계약 접수가 이뤄지면서 2014년형 모델은 주문량을 맞추기 힘들 정도가 됐다.
한국GM은 품절 된 2014년형 모델을 대신해 2015년형 모델의 주문을 받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지금 주문하면 올 가을 무렵에 신차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은 이르면 다음달 중 중형 SM5 디젤을 출시할 예정이다. 전면부 디자인을 뜯어 고쳐 최근 인기 몰이에 나선 QM3, QM5, SM3 등과 동일한 스타일로 변경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 하반기에는 쏘나타 디젤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올 3분기 SM3 디젤과 말리부 디젤이 신규 고객 잡기에 나서 현대차가 내년으로 신차 출시를 미루기가 쉽지 않다.
기아차도 현대차와 플랫폼(차체 뼈대)을 공유하는 K5, K7 세단의 디젤 모델을 준비중이다. 연내 내놓는 것으로 알려졌다.
◆ 수입차 디젤 열풍 국산 중대형으로 이동할까
그랜저 디젤의 등장은 수입 디젤차 열풍을 대변한다. 디젤 세단은 가솔린 대비 성능과 연비가 좋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소비자 선호도도 높아졌다.
수입 디젤차 인기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올 1~4월까지 수입 디젤차는 4만2090대 신규 등록돼 전년 동기보다 42% 증가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같은 기간 수입 디젤차는 판매 10위권에 무려 9개 모델이 올랐다. 가솔린 세단은 렉서스 하이브리드 ES300h 뿐이다.
그랜저 디젤이 나오면서 중대형급 국산 디젤 세단의 판매 여부에도 관심이 커졌다. 말리부 디젤에 이어 그랜저 디젤마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다면 국산 디젤세단 흥행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현대차는 이미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통해 디젤 인기의 가능성을 봤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연비(복합 16.0㎞/ℓ)는 가솔린 대비 40% 개선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전체 그랜저 판매량의 17% 비중을 차지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디젤 모델이 나오면 가솔린 판매분 일부가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것" 이라며 "실주행 연비 만족도에 따라 하반기 중형 디젤 수요가 급증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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