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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보장학과' 비결은… 산업체 임원, 학과입시 면접관으로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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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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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문일답] 전지용 경복대 총장


    40대 초반의 전지용 총장(사진)은 젊은 리더다. 2009년 취임 당시엔 국내 최연소 총장의 타이틀도 달았다. 그만큼 유연한 사고와 적극적 행동력을 갖췄다. 총장 취임 후 조직체계 변화와 소통에 힘써왔다.

    그는 ‘질 좋은 취업’을 중시한다.단순히 취업률을 끌어올리는 수준을 넘어 전체 학과의 100% 취업 보장을 강조한다. 전 총장은 취임 후 학교를 대표하는 브랜드학과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이젠 취업보장형 학과를 학교 전체로 확산하는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해당 협력업체 임원을 학과 입시 면접관으로 참여시키는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부터 채용까지 염두에 두고 기업체 임원이 직접 평가한다. 학과에 들어와 해당 기업의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취업하는 시스템이다. 재교육 필요가 없고 기업의 수요에 알맞은 인력을 길러낼 수 있다.

    여기에 산학협력 업체 풀(pool)을 확대하는 노력이 더해졌다. 협력업체의 사정상 매번 취업보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졸업생 숫자를 훨씬 넘는 채용보장 협력업체들의 인프라와 네트워크가 탄탄하게 조성됐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달 29일 열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총회에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 교육과정’ 성공사례 발표자로 나서기도 했다.

    - 취업보장형 학과 100% 개설을 들고 나왔습니다.

    “해외 명문대로 유학을 보내는 이유가 뭘까요. 일단 그 대학을 나오면 좋은 직장에 높은 연봉을 받고 취업하기 때문이죠. ‘얼마나 좋은 곳에 취업하느냐’가 명문대의 인식 기준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

    - 취업이 명문대의 기준이 돼야 한다는 것인가요.

    “우리사회에선 명문대를 가르는 관념이 학술연구 쪽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습니다. 물론 좋은 학술연구도 필요하지만 연구가 실제 사회에 쓰여질 때 가치가 있는 겁니다. 기존의 대한민국 대학서열을 타파하는 과정이 취업률을 반영한 정부 지표라 할 수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우리 학교는 실용학문, 즉 ‘쓰일 수 있는 학문’을 강조합니다.”

    -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 계획이 있는지요.

    “2010년에 ‘브랜드학과’를 론칭했어요. 준오헤어디자인학과, 약손명가미용과 같이 업체와 협약을 맺어 프랜차이즈를 많이 갖고 있는 기업에 100% 취업시키는 모델로 시작했습니다. 거기서 한 단계 진화한 게 ‘클러스터 모델’이죠. 한 개 학과가 타깃팅한 기업들을 연계하거나 관련 협회와 연결해 산학협력을 진행하고 취업하는 2단계 모델로 자리 잡았습니다.

    2012년부터 몇몇 100% 취업보장학과를 운영하고, 이 모델을 전체 학과로 전파시키고 있어요. 특성에 따라 그렇게 하기 어려운 학과는 직무중심으로 가는 거죠. 유통경영학과의 경우 이마트로부터 직무에 필요한 요청을 반영해 교육과정을 운영합니다. 또 같은 간호사라도 간호학과는 전반적 케어 중심으로, 의료미용과는 성형수술 위주로 해 수요보장형 교육을 시킵니다.”

    - 일종의 산학협력 계약학과 형식이 되는 거군요.

    “가장 중요한 부분이 수요자 중심이죠. 산업체 요구사항을 반영해 교육과정을 짜 놓았습니다. 학과에 대해 관심 있고 적성을 가진 학생이어야만 입학해 교육 받고 현장실습 가서 취업까지 성공할 수 있어요. 그렇지 않고 목표 없이 오는 학생은 버텨내질 못합니다. 이런 구조가 정착되면 학교에 들어올 때부터 졸업 후 현장 취업까지 원스톱으로 해결됩니다.”

    - 기업체 임원이 직접 학과 입시에 면접관으로 참여한다면서요.

    “정말 기업에 와서 잘할 수 있는 학생인지, 수요에 맞는지 판단하기 위해서입니다. 30개 학과 모두 해당 업체 임원이 면접관으로 참여합니다. 교육과정에서도 특강 등을 통해 그 기업의 조직문화나 직무 역할 같은 부분에 대한 교육이 자연스레 이뤄져요. 이를 거쳐 인턴십과 현장실습으로 이어지고, 기업은 장학금 형태로 돌려주는 선순환 모델이 구축됐습니다.”

    - 쉬운 일은 아닐 텐데요.

    “15대 1 정도의 입시 경쟁률이 이런 면접을 보면서 5대 1 수준으로 뚝 떨어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 임원 참여 면접을 고수하는 이유는 ‘맞춤형 취업’ 때문입니다. 총장 취임 당시 학생 수가 4900여 명이었는데 지금은 6400여 명, 6년간 1500명 정도 늘었어요. 입학정원이 는 게 아니라 순수 재학률이 높아진 거죠. 학생들의 높아진 만족감을 입증하는 수치입니다.

    취업보장학과를 운영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협약 맺고 취업시킨다고 해도 기업 입장에선 매년 신규 채용하기 어렵거든요. 결국 기업체 수요를 충분히 확보해야 가능한 겁니다. 60명 졸업한다고 해서 60개 기업만 있으면 안 돼요. 3~4배 정도의 기업 숫자는 확보해야죠.”

    - 대학가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가 ‘특성화 사업’입니다.

    “전문대 차원에서 특성화 사업의 핵심 골격은 NCS입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 특히 강조하는데, 사실 정확한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저 정부가 하라니까 NCS 얘기하는 대학도 꽤 됩니다. NCS란 건 학무과 직업의 기초능력을 병합한 기본 측정도구죠. 실제 취업보장형 학과를 운영해 보니 해당 직무분석을 통해 교육과정에 잘 녹여내는 게 중요합니다.”

    - NCS 토대 교육을 강조하는데, 정작 개념을 잘 모르겠다는 얘기도 있어요.

    “총장 취임 후 처음으로 졸업생이 일하는 8000여 개 기업의 경력 3~5년차를 대상으로 직무분석을 시행했어요. 그간 대학이 교육과정을 편성할 때 교수들 논의를 통해 정했다면 이제야 직무분석을 통해 교육시스템 개편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측면이 커요. 산업체 의견이나 졸업생 만족도 등을 반영해 개선할 수 있는 체계를 잡아가는 게 NCS라 생각합니다.”

    - NCS 지역센터도 건립한다면서요.

    “중·고교 학생들이 진로를 미리 체험하고 해당 직무를 경험할 수 있는 센터를 만들려고 합니다. 지역사회 중등학생들에게 교육과 진로경험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이죠. 경복대와 산학협력 관계에 있는 지역 산업체에 재교육이나 컨설팅 하는 역할도 겸합니다. 오는 10월에 건물이 완공될 예정이에요. 우리가 강점을 가진 6개 분야에 대한 NCS 지역센터로 만들 겁니다.”

    - 의미 있는 구상으로 보입니다.

    “이유가 있어요. 국가적으로 중요성을 강조하며 NCS 모듈을 중고교 교육과정부터 집어넣는데, 실질적으로 연습하고 훈련할 수 있는 공간은 부족합니다. 공교육에서 모두 커버하긴 어렵거든요. 따라서 지역의 리딩 대학이 그 역할을 맡아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자는 의미입니다. 센터는 새로운 공정이나 혁신적 기술이 나왔을 때 기업에 이를 교육하는 역할도 할 겁니다.”

    - 젊은 총장이 이끄는 혁신적 이미지가 강한데요.

    “아무래도 젊다보니 학생들에게 다가가는 데 부담이 적어요. (웃음) 물론 사회의 일반적 시각은 제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젊은 총장이 당연히 이겨내야 할 과정이라고 봐요. 결국 조직의 리더로서 각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합니다. 나이가 적든 많든 그 역할을 못하면 리더로서의 자격이 없는 거죠. 다만 급격히 변화하는 대학사회 트렌드에 대처하거나 학생들과의 소통 같은 부분에선 젊은 리더십이 강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교육정책은 어떻게 평가합니까. 4년제대 입장에선 ‘전문대에 치우쳤다’는 불만도 나옵니다만.

    “전국 130여 개 전문대 가운데 70곳을 특성화 하자는 게 골자입니다. 사실 전문대는 예전부터 취업을 중시하고 이를 위해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노력해왔어요. 계열별로 특성화 자체는 거의 완성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4년제대를 보면 계열별로 특성화 된 대학이 얼마나 됩니까.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에 앞서 잘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박근혜 정부 들어 전문대 육성에 치우쳤다고 하는데 지원금액만 봐도 4년제대와 엄청나게 차이 납니다. 대응방식만 봐도 차이가 있어요. 구조조정 한다고 하니 4년제대들은 취업률 때문에 비인기학과들 없애려 하거든요. 우리 대학은 학과들 전부 유지하고 있습니다. 찾아보고 노력하면 충분히 다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런 노력을 안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 4년제대들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군요.

    “이제야 실용학문과 직업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거죠. 그동안 이름값만으로 우수한 대학이라 생각했는데, 정부가 취업을 중시하고 학생과 학부모도 그쪽을 얘기하니까요. 실제로 4년제를 졸업하고 전문대로 유턴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습니다. 산학협력만 해도 4년제는 ‘교수 베이스’, 연구 중심이에요. 산학 프로젝트를 해도 정작 기업이 못 써먹는 경우도 많죠. 직접 현장 가서 애로점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고 프로세스에 반영하는 자세로 바뀌어야 합니다.”

    - 학생들에 대한 ‘케어’가 전문대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전문대가 케어에 강한 이유는 4년제대가 4년간 가르치는 내용을 2~3년 안에 압축적으로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죠. 타이트하게 학생을 관리하고 지도할 수밖에 없어요. 학생들 능력이 모자라서 전문대에 온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가정 형편이나 선행학습 기회 부족 등 제도나 평가방식에 따라 전문대에 오게 된 학생들도 많다고 봐요.

    MIT(매사추세츠공대) 보고서에 각급 학교 졸업생의 20년 후를 분석한 자료가 있는데요. 놀랍게도 고교 졸업 후 바로 취업한 학생이 20년 뒤에 가장 성공했습니다. 그 다음이 전문대졸, 마지막이 4년제대졸이었어요. 단 ‘꾸준히 재교육을 받았다’는 전제가 있었죠. 우리 학생들은 2년 공부하고 사회생활 시작하는데, 4년제대는 4년에 1년 정도 더 공부해서 취업하는 게 보통입니다. 3년의 경력 차이면 대리를 달 시간이니 충분히 경쟁력 있어요.”

    - 전문대 정책과 관련해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점은.

    “NCS를 강조하는 방향 자체는 맞아요. 다만 실제로 정착이 되려면 ‘자격’ 부분이 필요합니다. 외국 사례를 봐도 NCS가 발달한 나라들은 교육과 평가가 일원화돼 있습니다. 우리는 평가기관과 교육기관이 다르고, 인증제도도 별개로 돼 있어요. 일원화된 하나의 체계가 안 잡혀 있습니다. 이런 부분, 자격에 대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 정부 주도 인증교육평가기관이 필요하다는 얘기네요.

    “간호과 사례를 예로 들어봅시다. 교육부가 간호학 교육기관으로 인증을 하고, 한국간호평가원에서 그 수준에 대한 인증평가를 해요. 간호사 자격시험은 또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에서 봅니다. 최종적으로 대학의 교육수준에 대한 평가는 다시 교육부가 맡죠. 괴리가 있는 부분을 체계적으로 정비해야 합니다.”

    - NCS의 정착 여부는 ‘자격 기준’ 정립에 달려 있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그렇죠. 캐나다의 경우 간호조무사 2급을 따면 오래 근무해도 1급 업무는 못해요. 자격에 대한 재교육 후 인증을 받아야 1급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 제도가 돼 있습니다. 그래야 어떤 직장에 가더라도 동일한 대우를 받을 수 있거든요. 이런 자격의 기준을 정부가 법으로 만들어줘야죠. 그래야 기업도 그 체계에 따르고, 학교도 거기에 맞춰 교육을 하겠죠. 사회적 역할과 한계를 정확히 규정하는 데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 포천은 보건복지, 남양주는 산학협력 캠퍼스로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포천은 처음 개교한 곳이에요. 간호보건복지 중심으로 레지덴셜 캠퍼스 전략으로 갑니다. 지리적으로 산업체와의 소통이 쉬운 남양주캠퍼스는 산학협력 위주로 꾸려가고 있어요. 남양주캠퍼스에서 800m 가량 떨어진 곳에 글로벌캠퍼스 인허가가 나왔는데, 글로벌 프로그램을 집중 운영할 생각입니다. 학생들로 하여금 네이티브 수준의 유창한 영어를 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외국인과 직접 만나 얼마나 정확하게 의사를 전달하느냐에 초점을 맞출 겁니다.”

    - 글로벌캠퍼스 추가 건립의 구체적 목적은 뭡니까.

    “국내 기업과 산학협력 관계를 맺은 해외 자매대학도 있고, 우리 학교의 직무교육 체계에 들어와 연수받고 싶다는 해외 학생도 있습니다. 취업 시장이 국내에 국한될 필요는 없어요. 학생들이 해외 문물을 경험할 수 있도록 싱가포르 장학제도 등을 운영하고, 학과별 취득 자격증도 가급적 국제 통용 자격증을 따도록 독려할 생각입니다. NCS를 통해 해외 기업에도 취업할 수 있는 모델로 만들 계획이에요. 글로벌캠퍼스는 그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겁니다.”

    - 학생들에게 원하는 상은 무엇인가요.

    “캠퍼스를 다니는 학생들이 항상 웃는 모습이었으면 합니다. 정말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다른 대학 캠퍼스를 가 보면 대체로 학생들 표정이 어두워요. 다행히 우리 학생들은 인사성도 밝고 표정도 좋은 것 같아요. 우리 학교의 슬로건 ‘비 어 스페셜리스트(Be a Specialist)’처럼 학생들이 각 분야 전문가로 사회적 역할 다할 수 있는 인재로 길러내는 데 힘 쏟겠습니다.”

    남양주=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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