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 3.6%→2.7% '급랭'
건설·설비 투자도 부진…내수-수출 불균형 심화
[ 김주완 기자 ]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7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가장 큰 이유는 민간 소비 부진이다.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올 1분기 기대에 못 미친 데다 2분기 소비도 세월호 참사 여파로 부진이 예상되면서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게 KDI의 진단이다.
○4% 성장 물 건너가나
이날 KDI 수정 전망치는 기획재정부(3.9%)와 한국은행(4%) 전망치보다 0.2~0.3%포인트 낮다. 정책당국이 지난해 3% 성장에 이어 올해 4% 안팎의 성장을 예상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고 볼 수 있다.
KDI의 올해 성장률을 분기별로 보면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는 ‘상고하저(上高下低)’ 흐름이다. 1분기 3.9%, 2분기 3.7%, 3분기 3.6%, 4분기 3.5% 성장이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경기가 하반기로 갈수록 회복국면에 접어든 데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이 크다. 전분기 대비로 보면 1분기 0.9%, 2분기 0.8%, 3분기 0.9%, 4분기 0.9%의 비교적 고른 성장세가 예상된다는 게 KDI의 설명이다.
문제는 소비다. KDI는 올해 민간소비가 작년보다 2.7%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하반기 경제전망 때(3.6%)보다 1%포인트 가까이 전망치를 끌어내린 것이다. 당초 올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8%가량 늘어날 것으로 봤던 민간소비가 실제로는 2.6% 증가에 그친 데다 세월호 충격으로 2분기 소비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소비 부진이 장기화될 우려도 있다. 대형마트, 백화점 등의 소매판매액(전월 대비 기준) 증가율이 2011년 3월(3.4%) 이후 2%를 넘은 적이 최근 한 번도 없었던 게 단적인 예다.
○얼어붙는 소비
소비는 최근 세월호 참사로 더욱 침체될 것으로 보인다. 요식·관광·레저업 등을 중심으로 민간 소비심리가 극도로 악화됐다. 이날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내놓은 ‘세월호 사건 이후 외식업 긴급동향분석’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이후 한 달간 식당의 평균 매출은 직전 한 달에 비해 35.9%나 줄었다.
여기에 한은이 전국 222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현재 경기 판단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이달 76으로 지난달보다 15포인트 급락했다. 하락폭으로 따지면 동일본 대지진이 터진 2011년 3월(19포인트) 이후 최대다. 이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현재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내수·수출 불균형 확대
소비와 함께 내수의 양대 축인 투자도 기대보다 부진하다. KDI는 작년 하반기 전망에선 올해 설비투자가 8.4%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번에 8%로 낮췄다. 건설투자 증가율도 2.9%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510억달러에서 781억달러로 늘렸지만 이 역시 내수 침체의 결과란 지적이다. 조동철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흔히 경상수지는 수출과 수입의 차이로 설명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총소득과 내수 격차를 나타내는 지표”라며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늘었다는 건 내수가 그만큼 침체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번에 개선된 지표는 수출뿐이다. 작년 11월 4.2%였던 올 수출 증가율 전망치가 4.9%로 높아졌다. 올해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내수와 수출의 균형’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불균형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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