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마의 해 2014년 5월 26일 아침, 잠잠하던 국내 기업 인수.합병 M&A시장에 조단위에 이르는 핵폭탄급 M&A가 불쑥 터졌습니다.
포털사이트 업계 2위인 ‘다음’ 브랜드의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톡’브랜드로 잘 알려진 모바일 메신저 1위업체인 카카오가 회사를 합치기로 전격 합의했지요.
두 회사의 결합 (합병기일 10월 1일 예정)이 완료되면 현재 가격으로 따져 시가총액이 3조4000억원 (다음 약1조590억원, 카카오 약2조3500억원 평가)에 이릅니다. 통합 법인의 직원수는 2200명 (다음 1600명, 카카오 600명).
이 경우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인 단백질 바이오기업
셀트리온 (시가총액 5조690억원)에 이어 두 번째 큰 규모가 되는 셈입니다.
둘의 합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우리나라 IT벤처분야에서 성공 역사를 쓴 1세대 창업자 ‘김범수’와 ‘이재웅’의 결합이라는 게 꼽힙니다.
김범수는 나중에 네이버 운영사 NHN과 회사를 합친 한게임 창업자 (후에 NHN을 나와 카카오 창업)이고 이재웅은 다음의 최초 설립자 (현재는 최대주주이자 이사회 의장)이지요.
당초 두 사람이 각각 의장을 맡고 있는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에서 시가총액으로 따질 경우 두 배가 넘는 카카오가 인수주체가 되는 게 유력하다고 알려졌습니다. ‘카카오다음’이 일반적 관측이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양측은 다음이 카카오를 합병하는 형태를 취하기로 하고 ‘다음카카오’로 발표했습니다.
합병비율은 기준주가에 따라 산출된 1 대 1.556으로 하되 피합병법인인 카카오의 주식을 합병법인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발행하는 신주와 교환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다음 브랜드의 역사와 전통, 파워를 감안한 것으로 업계는 풀이합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통합법인 완료 후 지분 구도를 보면 카카오가 다음을 흡수한 것이 ‘실질’이라고 업계는 분석합니다. 예컨대 법인통합 완료된 이후 지분 구도가 그렇습니다.
명목상 피합병업체인 카카오 창업자로 이 회사의 지분을 29.9% 가진 김범수 의장은 통합이 확정되면 이재웅 의장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등극합니다.
김범수 의장은 합병 후 500만주의 신주를 받아 198만주의 이재웅 의장을 훨씬 능가합니다.
이번 국내 IT계의 메머드급 인수합병에서 ‘실질’이 가진 의미는 흥미로운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입니다.
IT계 후발주자 모바일이 선발주자인 PC인터넷을 ‘사실상’ 들이켰기 때문입니다.
포털사이트 2위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은 글로벌 IT시장의 대세가 PC인터넷에서 모바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닫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서둘렀습니다.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카카오톡’의 급속한 부상을 보고 ‘마이피플’이라는 대항마를 만든 게 대표적입니다.
특히 다음은 마이피플에 ‘음성전화’ 기능을 넣어 차별화하는 모습까지 선보였습니다.
이 회사는 모바일 메신저의 모델로 최고 인기의 소녀시대를 써 카카오톡을 정면으로 겨냥한 공격적인 광고도 선보였습니다. “말 을 해봐... 카카오톡 !”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말 하는’ 마이피플은 ‘말 못하는’ 카카오톡에 밀리기만 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뜬금없지만 ‘침묵은 금이요, 웅변은 은이다“는 격언이 머릿속을 스칩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