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수합병으로 성장한계 돌파
사물인터넷 대비 관련기업 싹쓸이 '시동'
[ 전설리 기자 ] 구글이 해외 인수합병(M&A)에 최대 300억달러(약 30조7000억원)를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 M&A 시장에 구글발 태풍이 휘몰아칠 전망이다. 구글뿐만이 아니다. 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이 M&A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융합이 활발하고 진화 속도가 빠른 IT 분야에서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 M&A가 필요해서다. 삼성전자 등 국내 IT 기업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M&A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M&A로 성장한 구글 “더 쓰겠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은 구글이 해외 M&A에 최대 3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해외에 쌓아둔 막대한 현금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구글이 이렇게 답했다고 밝혔다.
구글은 지난해 말 답신을 작성해 제출했으나 SEC는 최근에야 내용을 공개했다. 구글은 답신에서 “수년 뒤 냉장고와 자동차 계기판, 온도조절기, 안경, 시계 등에도 광고가 붙게 될 것”이라고 썼다.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대비해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M&A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구글은 M&A로 성장했다. 10여년간 유튜브 모토로라 등 130여개 기업을 인수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모바일 운영체제(OS) 개발업체 안드로이드다. 2005년 구글은 창업한 지 2년도 채 안된 안드로이드를 5000만달러(약 512억원)에 사들였다.
안드로이드는 9년 만에 세계 모바일 OS 시장의 80%를 차지했다. 덕분에 구글은 ‘세계 최대 인터넷 업체’에 이어 ‘세계 최대 모바일 OS 업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웹에서 모바일 시대로 넘어가는 변곡점에서 IT 생태계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최근에도 공격적으로 M&A에 나서고 있다. 올해 초엔 온도조절기 등 스마트홈 기기 제조업체 ‘네스트랩스’를 인수했다. 이어 영화 제작자들에게 로봇공학 기술을 제공하는 신생업체 ‘봇 앤 돌리’, 무인기 제조업체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도 사들였다.
○M&A 없이 생존 어려운 IT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M&A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 이상 혼자 힘으론 기술 혁신 속도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조신 연세대 미래융합기술연구원장은 “IT 자체의 기술 혁신이 빠르기도 하지만 IT와 다른 산업의 융합으로 필요한 기술 영역이 더 넓어졌다”며 “‘연구개발(R&D)’보다 ‘연결과 개발(C&D·Connect & Development)’이 더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모든 기술을 자체 개발하기보다는 검증된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란 얘기다.
최근 IT업계에서 ‘열린 혁신’ ‘열린 생태계’ 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탄+역량’ 갖춘 삼성도 나서야
삼성전자 등 국내 IT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M&A에 소극적인 편이다. 최근 4년간 구글과 애플은 각각 96개와 28개 기업을 인수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M&A 건수는 12건에 그쳤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M&A에 소극적인 이유는 실패 경험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미국 PC 제조업체 AST리처치와 가전업체 제니스를 인수했다. 그러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인재들이 개발도상국 기업에 인수된 것에 불만을 갖고 떠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삼성전자는 M&A에 나설 실탄뿐 아니라 역량도 충분히 갖췄다는 분석이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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