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구 기자 ] 대통령이 밝힌 해양경찰청 해체 방침에 대학 해양경찰학과들이 후폭풍을 맞았다. 존폐 여부를 포함해 학과명 변경 등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학과 교수들은 “해경을 몇 년씩 준비한 수험생도 많은 만큼 대체 수요 확보 등 구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19일 대국민 담화 이후 해경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들은 학과 회의를 열어 논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학과명을 ‘해양경찰’에서 국가안전처 산하에 신설되는 해양안전본부를 겨냥한 ‘해양 안전’으로 바꾸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입시전문 교육업체 이투스청솔에 따르면 올해 대입에서 해경 관련 학과를 모집하는 대학은 경상대(통영) 군산대 목포해양대 부경대 전남대(여수) 제주대 한국해양대 등 7곳이 있다. 강원도립대, 조선이공대 2개 전문대에도 해양경찰학과가 개설돼 있다.
최명수 전남대 해양경찰학과 학과장은 “대통령 언급 이후 이틀 연속 학과 차원 회의를 열었다. 정부 조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는지 봐야겠지만 필요에 따라 학과명도 바꿀 계획” 이라며 “3~4년씩 해경을 준비한 수험생들이 있고 해경의 관할 분야 자체가 사라지는 게 아닌 만큼 조직 체계는 바뀌더라도 인력수요는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해경 공채를 준비해 온 수험생들은 동요하고 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이 해경 해체 방침을 밝힌 다음날인 20일 해경 채용 실기시험이 예정돼 혼선을 빚었다.
해경은 19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직후 해양경찰 공무원 채용시험을 잠정 연기한다고 공지했으나 하루 뒤 “시험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하루 간격의 널뛰기 공지에 수험생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해경의 기능이 일반 경찰과 국가안전처로 분할됨에 따라 학과 커리큘럼 손질 등 변화도 뒤따를 전망이다.
임석원 부경대 해양경찰학전공 교수는 “조직 개편으로 해경의 수사·정보 기능은 일반 경찰로, 해양경비·인명구조 등 해양재난 및 안전분야 기능은 국가안전처 산하 해양안전본부로 이관될 것으로 보인다” 며 “해양경찰학과의 특수성이 있으므로 일반 경찰행정학과보다는 해양안전학과 또는 해양보안학과 등으로 명칭을 바꾸고 교과목도 일부 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양경찰학을 전공한 학생들도 두 갈래 선택지로 나뉜다. 임 교수는 “일반경찰 공무원 시험으로 전환하거나 국가안전처 해양안전본부 수요를 예상해 선박직·해양경비직 시험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 이라며 “그간에도 해기사 면허 취득 등 학생들이 해양 분야 진로를 준비해왔고, 새로운 수요도 이 같은 자격증을 요구할 것이므로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올해 입시에선 이들 학과의 고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입학전형이 이미 수험생에게 공지된 상황에서 갑자기 학과명을 바꾸거나 정원을 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투스청솔 오종운 평가이사는 “해경을 생각하고 준비해 온 수험생들의 불안감과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해양경찰학과 지원자 수나 경쟁률이 예년에 비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역의 한 대학 해양경찰학과 교수도 “올해 입시는 아무래도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며 “학과명 변경 등을 통해 내년 입시부터는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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