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석준 기자 ] 소속 직원 2명이 회삿돈 35억원을 횡령하는 데 판·검사들이 가담했다며 중소기업 사장 김모씨가 양승태 대법원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김씨는 또 농지에 대한 토지거래허가증명을 내달라는 소송도 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지난 2월 김씨의 주장이 이유 없다며 패소 판결을 내렸다.
패소가 확정된 사안에 대해 반복해서 소송을 제기하거나 법원이 증거를 조작해 손해가 발생했다며 판사나 법원 직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억지소송’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 중요사건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작년 5월까지 판사를 상대로 한 이런 소송이 67건이나 진행됐다. 이와 관련, 법원행정처는 최근 일선 판사들에게 ‘법관 등 상대 부당소송 대응 매뉴얼’을 배포했다.
이 매뉴얼은 우선 직권에 의한 소송비용 담보제공명령을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소송비용 담보제공명령은 원고가 패소할 때 지급해야 하는 소송비용을 담보로 미리 내도록 재판부에 신청하는 제도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원고가 담보를 제공해야 하는 기간 내에 담보를 내지 않으면 법원은 소를 각하할 수 있다”며 “일선 판사들에게 적극 알려진다면 부당소송 억제책으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뉴얼은 또 재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처럼 사안이 중한 경우 정부법무공단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는 ‘소송대리인 선임지원 제도’를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법원행정처는 소송을 당한 판사들을 위해 2008년 이후 52건의 대리인 선임을 지원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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