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졌다. 이젠 신물이 날 지경이다. 수시로 불거지는 비리, 부정, 횡령, 사고에다 경영 수뇌부의 갈등으로 도무지 바람 잘 날 없다. 소위 리딩뱅크라는 국민은행 얘기다. 이번엔 KB금융지주 이사회의 전산시스템 교체 결정에 대해 자회사인 국민은행 행장·감사가 금융감독원 조사를 요청했다. 법원에 이사회 의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낼 예정이라고 한다. 금감원은 내달 말 국민은행에 대해 정밀 해부에 들어간다. 하나같이 유례없는 일들이다.
내홍의 배경은 그간 속으로 곪아온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의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란 게 안팎의 공통된 분석이다. 금융지주의 돈줄은 대부분 은행인데, 인사권은 지주가 갖는 태생적인 갈등 소지가 이번 일을 계기로 불거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지난달 새 출발을 다짐하며 직원들의 위법사항을 자진 신고받고, 계열사 임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끝장토론을 벌였던 것이 죄다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그동안 국민은행에서 벌어진 사건 사고를 꼽자면 열 손가락도 모자랄 지경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국민주택채권 횡령, 허위 입금증 발급, 대출서류 위조, 고객예금 횡령, 도쿄지점 부당대출, 고객정보 1000만건 무더기 유출이 연이어 터졌다. 더구나 수뇌부 갈등은 사람이 바뀌어도 변함이 없다. 2010년 황영기 회장과 강정원 행장의 갈등, 2012년 어윤대 회장의 베이징 파동, 작년 ISS 보고서 파문, 올초 인사 및 사전 감사 파동이 고구마 줄기처럼 이어졌다. 서서히 침몰하는 난파선과 다를 바 없다.
정상적인 은행이라면 전산시스템 교체에 대한 내부 이견을 사전 조정을 통해 해소하는 게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은행에서 내부갈등이 이토록 노골적으로 밖으로 표출된 것은 모순적인 지배구조와 결코 무관할 수 없다. 지주회사와 은행이 형식상으로는 상하관계이지만 실질적으론 대립구도다. 지난 정부에서 금융지주 회장 자리가 소위 4대 천왕을 위한 위인설관의 옥상옥으로 전락한 뒤끝이기도 하다. 정부 금융정책의 총체적 실패라고 봐야 마땅하다. 주인 없는 은행에서 대리인들이 주인 행세하며 툭하면 결투를 벌이는 꼴을 더는 못 봐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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