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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신분증 차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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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첫 對面사과…"미흡한 대응에 책임 느껴"


[ 정종태 기자 ]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이뤄진 박근혜 대통령과 세월호 참사 유가족 대표들 간 대화는 1시간20분간 진행됐다. 이날 면담은 박 대통령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전날 저녁 유가족 측에 면담의사가 전달됐고 유가족들의 내부 논의를 거쳐 17명이 면담자로 선정됐다.

박 대통령은 유가족들과 대화 도중 두 번의 사과 발언을 했다. 대화 끝 부분에서는 한 유가족이 “대통령을 만나려고 진도교회까지 걸어갔는데 그게 귀와 눈까지 들어갔는지…. 그런 부분에서 분노와 허무감을 느꼈다”고 말하자 “자꾸 위로해 드리고 슬픔 속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해드려야 하는데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런 부분에 가슴 아프게 생각하며 다시 한번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유족들 앞에서 ‘대면사과’를 한 것은 처음이다. 가슴 아픈 사연을 듣는 과정에서는 한 차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사고 현장을 지키며 느꼈던 답답함과 비통함 등을 토로했다.

한 유족은 “오늘 청와대에 들어오면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신분증을 차고 왔다”며 “근데 저는 제 아이를 포함한 많은 희생자들이 우리나라 역사, 또 세계 역사에 남을 수 있도록 가장 가치있고 고귀하게 만들어주시는 것이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유족은 “총리라는 분한테 ‘어떤 방안을 갖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모 장관한테 ‘전화걸어봐’라고 했다. 또 그 장관도 모르니 기조실장한테 전화를 걸었다. 애들은 물속에 있는데, 국무총리나 장관이 그런 얘기를 할 때 얼마나 가슴이 찢어졌는지 모른다”고 털어놨다. 한 유족은 “큰애를 잃고 둘째가 극도의 심리적 불안을 느껴 자살충동이 심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제2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거부감도 드러냈다. 한 유족은 “여야가 세월호 사건을 자꾸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는데, 그런 것 좀 안 했으면 좋겠다”며 “여야 정치인들한테 꼭 당부해달라”고 말했다. 대화 끝 부분에 다른 유족은 “아직 저희 속이 확 뚫리지는 않아서 조금 아쉽다”고 말했고, 박 대통령은 “부족한 점이 있으면 또 말씀해달라”고 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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