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Plus - 풍수로 보는 재테크
강해연 < KNL디자인 그룹 대표 >
말이나 글이 없던 시대에도 겨울엔 굴 속이, 여름엔 들판이 사람들의 보금자리였다. 그러다 땅을 파 아래로 내려가니 축축한 물기에 몸이 상했다. 그래서 땅으로 올라갔다. 기둥과 지붕이 생긴 것이다.
공자도 ‘어찌 집이라는 것의 형태를 만들었을까’ 고심한 듯하다. ‘주역’ 중 ‘계사하전(繫辭下傳)’에 ‘……개취저대장(蓋取諸大壯)’이라 남겼다. 집 모양의 모티브는 바로 ‘대장괘’의 형상에서 나왔다는 얘기다.
주역 대장괘(大壯卦)의 형상은 이렇다. 쭉 이어진 막대 4개를 켜켜이 쌓아 올리고 반토막난 막대 2개를 중간이 솟아오르도록 30도쯤 기울여 그 위에 올렸다. 이 모습이 집이란다. 집으로 보이시는가.
결국 공자의 대장괘 건축론은 반드시 지붕과 기둥, 벽이 있어야 건축물로 정의한다는 오늘날의 ‘건축법’으로 이어져온 셈이다. 대장괘는 아래 4개의 양((陽)이 위로 점점 자라나 위에 있는 두 음(陰)을 몰아내는 괘상이다. 외부 환경의 음적 요소로 꼽히는 바람과 비, 볕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고 지킨다는 의미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의 에스더 M 스턴버그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건물을 인식하는 뇌 부위가 따로 있다. 뇌에서 건물을 인식하는 곳은 ‘해마 주변 위치인지 영역’ 부위 바로 아래다. 뇌 촬영을 하면서 건물 사진을 보여주면 바로 이 부위에서 신경세포의 활동 및 혈류량이 증가한다. 사람 얼굴이나 다른 사물을 보여주면 아무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단다.
그렇다면 건물의 어떤 꼴, 생김새가 좋고 나쁨으로 나뉘는 걸까. 풍수학에서는 모든 사물의 형태를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는 대전제를 통해 풀어간다. 하늘은 둥글어 양이고 땅은 방정히 네모여서 음이다. 음양의 형상인 동그라미와 네모를 빼닮는 것이 제일 먼저라는 선언이다. 꼬고 비틀고 틀수록 ‘꼴값한다’로 전락한다. 서울 3대 흉물로 낙인 찍힌 건물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하늘의 별인 오성(五星)의 품성도 닮아야 한다. 목·화·토·금·수성 역시 각각의 품성에 따른 생김새가 있다. 경기도 OO시의 아파트들은 대부분 뾰족한 박공지붕이 하늘을 찌른다. 시 전체의 아름다운 경관과 스카이라인을 위해 지붕이 뾰족하지 않으면 시에서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은 덕분이다. 시 전체가 불타는 화형(火形)이 됐다. 화성(火星)의 다른 이름은 ‘등불 형(熒)’자에 ‘의심할 혹(惑)’, 즉 ‘형혹성’이다. 우리 선조들은 형혹성이 가는 곳엔 전쟁과 난리, 도적, 기아, 초상, 질병이 난다 해 꺼렸다.
아인슈타인은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의 주변 공간은 그 물체가 가진 자연의 힘에 의해 성질이 반드시 바뀌게 된다”고 말했다. 이 이론은 건물과 사람의 관계에서 질량이 무거운 건물을 사람이 닮아간다는 뜻이다.
2013년 기준으로 전국 주거용 건축물은 450만가구, 상업용 건축물은 110만동이다. 하루 24시간 집과 회사를 오가는 현대인은 이 많은 건물 중 한 곳에서 오늘도 길흉의 하루를 보내고 있다.
강해연 < KNL디자인 그룹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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