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여성들이 낮은 경제활동참여율을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성의 경제 활동이 활발한 북유럽 국가의 여성들에게도 이는 별로 놀랍지 않은 현상이다. 우리나라도예외가 아니다. 지난 10년간의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50% 수준에 불과하다. 인도를 제외한 아시아 국가에서 이 비율이 50~60%임을 고려하면 이 역시도 그리 놀라운 수치는 아니다. UN의 조사에 의하면 아시아 지역에서 여성 차별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약 420~470억달러로 추산된다. 이는 개발도상국으로 치면 한 국가 전체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수치다.박근혜 정부는 고용률 70% 공약을 내세우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여성 고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고용률은 줄곧 60% 수준에 머물렀지만 여성의 고용률은 50%를 밑돌아 고용률 목표 달성의 열쇠가 여성에게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 고용률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이는 결혼과 출산을 경험하는 30대 여성의 고용률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서도 대졸 여성의 고용률 수치만을 따로 살펴보면 아예 L자형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고학력일수록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일터를 떠나게 되면 다시 직업을 갖기가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최근 육아에 전념하던 30대 중후반의 여성들이 다시 직업현장으로 복귀하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고 있다. 결혼 전에 다니던 대기업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큰 보람을 느끼며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그중 대표적 직업이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선정한 여성 유망 직종 중 하나인 ‘방과후지도사’다.
정규교육 보완하는 전문지도사방과후지도사는 학기 중이나 방학 동안 학생들을 교육하고 보호하는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방과 후에 주어진 잠깐 동안의 시간만 함께 보내는 것이 아니라 국어, 영어, 수학을 중심으로 정규교육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학생들의 관심을 살펴 소질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주부들의 경우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들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쉽고,학생들과 함께하며 배운 점을 자녀에게 활용할 수 있어 상호보완이 이뤄질 수 있다. 아이를 키우는 주부에게 최적화된 일자리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방과후지도사의 영역이 매우 세분화돼 교과·연령별로 전문화되는 추세다. 따라서 과거 대학에서 교직과정을 이수했거나 학교나 학원, 과외를 통해 강의를 했던 경력이 방과후지도사로 활동하는 데큰 도움이 된다.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고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노력이 확산돼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활발해짐에 따라 방과후지도사의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더 많은 30대 중후반의 주부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는 국가 경제의 다양한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측면은 경제활동 인구의 증가다. 경제학에서는 경제활동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 전체 인구를 15세 이상과 15세 미만으로 구분한다. 15세 미만의 인구는 일보다는 다른 활동을 우선시해야 하는 나이라고 보는 것이다. 15세 이상의 인구이지만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없는 군인, 재소자 등을 제외한 나머지, 즉 생산가능 인구는 경제활동 인구와 비경제활동 인구로 양분된다. 경제활동 인구는 다시 취업자와 실업자로 나뉜다. 여기서 경제활동 인구는 일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 사람을 의미하고, 비경제활동 인구는 일할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일할 의사가 없는 사람 혹은 일할 능력이 없는 사람을 의미한다. 학생, 구직단념자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실업률 vs 고용률문제는 우리나라 여성의 많은 수를 차지하는 주부도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출산한 이후에 회사에 다니며 경제활동을 하던 여성이 주부가 되면 통계상 비경제활동인구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방과후지도사로 인해 주부들의 재취업이 늘어나게 되면 비경제활동인구로 전락했던 주부들이 다시 경제활동인구로 재배치돼 경제 전체의 역동성을 높여줄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이와 관련해 국민과 정부정책결정자 모두 국민의 경제 활동을 측정하기 위해 가장 관심을 가진 지표는 ‘실업률 (unemployment rate)’이었다.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에서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계산되는데, 최근에는 실업률을 핵심 지표로 사용하지 않는다. 실업률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업률의 분모에는 경제활동인구가 사용되는데, 육아로 인해 일을 포기한 주부나 취업에 도전하다 실패해 구직을 단념한 사람들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경제활동인구가 적어져 실업률이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지표로 사용하는 것이 ‘고용률(employment rate)’이다. 고용률은 생산가능인구 가운데 취업자의 비중이 얼마인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분모를 경제활동인구가 아니라 생산가능인구로 사용하면 주부나 구직 단념자들이 지수 산정에서 누락돼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문제를 피할 수 있다. 정책 목표가 실업률 몇 %가 아니라 고용률 몇 %로 나타나는 이유다.
여성 경제활동참여 늘려야…이처럼 방과후지도사의 등장은 새 정부가 세운 고용률 70% 달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현실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방과후지도사의 존재로 인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있던 많은 주부들이 경제활동인구로 바뀌고 있지만 국가 전체의 여성 고용률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편, 여성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다른 정책도 문제다. 방과후지도사의 경우 고학력의 비경제활동인구를 다시 경제 활동의 현장으로 불러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의 취업에 도움을 주겠다는 많은 정책들이 일용직 업무에 한정돼 있어 순간적인 고용률 상승에는 얼만큼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낮은 질적 수준의 일자리 제공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여성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일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리면 여성 근로자와 고용주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점을 홍보하는 것이다. 특히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증가는 높은 출산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높은 출산율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미래의 노동력이 늘어난 것이고국가 입장에서는 안정적 경제성장이 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
노동력은 생산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생산은 경제 성장에 중요한 하나의 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의 고용률 증가는 기업의 입장에서도, 정부의 입장에서도 일거양득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목표다. 일각에서는 여성이 일을 하면 출산율이 낮아진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열악한 육아 환경 때문이다. 질 좋은 육아시설을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고, 이에 더해 국가가 세제 혜택까지 줄 수 있다면 높은 경제활동참가율은 출산율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이런 맥락에서 방과후지도사는 여성 고용률 증가의 첨병일 뿐만 아니라 육아와 직장을 병행하여 새로운 여성상을 정립할 수 있는 좋은 사례다. 방과후지도사는 아직은 유망 직종에 머물러 있지만 전문성을 보다 높여 여성의 재취업을 위한 창구로서 국가 경제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날을 기대해본다.
● 실업률과 고용률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실업자의 비중을 나타낸다. 하지만 구직을 포기한 사람, 주부 등은 실제일을 하지 않음에도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률 계산에서제외된다. 따라서 실업률 통계는 현실보다 작게 계산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를 보완하는 지표가 고용률이다. 이는 생산가능인구 가운데 취업자의 비중을 나타내 비경제활동인구까지 고려한 판단이 가능해진다
김동영 <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