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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폭락…방어선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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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당 1022.5원…수출기업 '비명'
외환당국 '잠잠'…쏠림 가속 우려



[ 김유미 / 마지혜 기자 ]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며(원화값 상승) 달러당 1030원 선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외환당국도 제동을 걸지 않아 심리적 지지선마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올 들어 순항하던 수출전선에 잔뜩 먹구름이 끼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7원80전 오른(환율 하락) 달러당 1022원50전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는 2008년 8월7일(1016원50전) 이후 5년9개월 만에 가장 높다. 원화값은 오랜 지지선이었던 달러당 1050원 선을 지난달 9일 돌파한 뒤 오름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그 뒤로 불과 17일 만에 1020원대에 진입한 것이다.

글로벌 달러 약세가 원화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지금의 양적완화 정책을 되돌릴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은 당분간 추가 양적완화에 나서지 않을 전망이어서 달러화를 사들일 요인이 줄었다.

그중에서도 원화값 상승세는 유독 두드러진다. 4월 한 달간 달러 대비 원화값은 3.05% 올라 주요 40개국 통화 가운데 상승폭이 가장 컸다. 25개월째(3월 기준)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면서 수출업체들의 대규모 달러 매도가 몰린 탓이다.

원화값이 급등할 때마다 선별적으로 실탄 개입에 나섰던 외환당국은 이날 잠잠했다.

유한종 국민은행 팀장은 “달러당 1050원 선이 붕괴된 뒤 시장에서는 1030원을 새로운 상한선으로 생각해왔다”며 “그런데 1020원대에 진입한 뒤에도 외환당국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쏠림현상이 가속화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당국이 방어할 것으로 예상됐던 1030원대가 뚫리자 손실을 보더라도 일단 달러를 팔겠다는 주문이 막판에 쏟아졌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 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환율의 수준이나 속도 등에 대해서는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코멘트하기 어렵다”며 “다만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에 대해선 정부가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외환시장이 문을 닫은 뒤로 적극적인 개입성 발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달러 약세가 국내 상황만은 아닌데다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고 있어 외환당국으로서는 시장 개입이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문제는 향후 원화 강세 바람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이다. 외환당국의 환율 방어선이 보이지 않다 보니 시장에서는 추가적인 환율 하락을 점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정경팔 외환선물 팀장은 “외환당국 개입이 당분간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해외 헤지펀드 등 역외세력들이 달러 매도에 가세한 것 같다”며 “주요국 통화 대비 원화의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외환시장 변동이 더 심해지면 정부로서도 손 놓고 있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과장은 “앞으로 미국 경기가 뚜렷이 회복되면 달러가 다시 강세로 전환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도 위험자산 선호심리를 떨어뜨려 원화값을 끌어내릴 수 있는 변수”라고 설명했다.

김유미/마지혜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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