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움직이는 노사정위…김대환 위원장 인터뷰
투쟁으로 성과 얻는 시대 끝나
문제 있으면 대화로 풀어야
[ 백승현 기자 ]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라는 집의 주인 중 한 축입니다. 주인이라면 권리와 동시에 의무가 있는 것이지요. 노동계의 요구로 정치권을 통해 두 달여간 노사정소위도 꾸려봤지만, 역시 노·사·정 간 이슈는 당사자들의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해줬지 않습니까.”
지난달 28일 노사정위가 16년간의 ‘셋방살이’를 끝내고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때마침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등 노동 현안을 일괄 타결하겠다며 지난 2월 출범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하 노사정소위가 아무런 성과 없이 막을 내린 직후였다. 자연 지난해 한국노총이 불참을 선언한 이래 ‘개점휴업’ 상태이던 노사정위에 노동계와 경영계의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최근 정부서울청사 노사정위에서 만난 김대환 위원장(사진)에게 셋방살이를 탈출한 소감부터 물었다. “1998년 위원회가 발족한 이래 여의도에서 14년, 종로에서 2년을 ‘세입자’로 살았는데, 이제 보금자리를 장만했으니 새로운 각오로 달려야지요. 연간 12억원에 달하던 임대료를 아끼는 것은 물론 정부청사로 들어왔으니 부처들과의 협의도 쉬울 것이고, 무엇보다 ‘광화문’이라는 이름대로 그간의 노력을 빛으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노사정위를 빨리 가동시켜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멍석은 이미 깔려있습니다. 한국노총은 물론이고 민주노총의 자리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비워놨습니다. 몸만 와서 앉으면 되는 것입니다. 경영계든 노동계든 사회적으로 책임이 있고 영향력 있는 조직일수록 책임 있게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사정위를 해체하고 새로운 대화기구를 만들자”는 민주노총의 주장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위가 합의를 강제한다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 확실히 해둘 것은 노사정위는 합의기구가 아니라 협의기구라는 것입니다. 대화를 거듭해 합의 가능한 사안은 합의하되, 안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요. 경영계든 노동계든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하고 성과만을 쫓아 돌진하는 방식은 신뢰 구축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김 위원장은 현재 한국 노동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심각한 이중구조’를 들었다. “고착화된 이중구조의 노동시장이 사회 양극화의 근본 원인 중 하나입니다. 비정규직 보호를 이야기하는 노동조합도 막상 협상테이블에 앉으면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합니다. 물론 쉽지 않은 문제죠. 하지만 기업과 조직 근로자들이 양보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오랜 세월 친노동 성향을 견지하다가 노무현 정부 시절 노동부장관(2004~2006)을 맡고 난 이후 ‘색깔’이 달라졌다는 일각의 평가를 받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김 위원장은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한국 노동시장은 30~40년간 큰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과거 노동3권조차 보장이 안 되던 시기에는 근로자들이 잃을 것이 없었기에 ‘투쟁’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세상이 바뀌었죠. 노동계가 단기적 이해관계에 집착하면 잃을 게 생긴 겁니다. 바로 일자리죠. 내 일자리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의 일자리도 줄어든다는 얘기에요. 변화된 세상에서는 변화된 모습으로 대처해야 하지 않을까요. 노총 입장에서 나를 비난하는 것은 노동계 출신 노사정위원장에 대한 기대치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기본적으로 나는 ‘사대주의자’입니다. ‘사회적 대화주의자’예요.”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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