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일 순환 신규가입 금지 덜 끝났는데…또 다시 2차 족쇄
SKT·LG유플러스, 7·14일 추가 영업정지 예정
"통신사·판매점 다 죽겠네"
[ 안재석 기자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미국 프로야구팀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의 명언.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뜻이지만 요즘 이동통신시장에선 끝없이 이어지는 영업정지 상황을 빗댄 푸념으로 쓰인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지난 3월부터 차례로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불법 보조금을 살포했다는 이유에서다. KT는 3월13일부터 45일간 ‘자숙’했고, SK텔레콤은 지난 5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LG유플러스는 다음달 18일까지 문을 닫는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 이통 3사 모두 추가 영업정지가 이미 확정됐거나 문 닫을 개연성이 열려 있는 상태다. 영업정지 방식이나 기간에 따라 경쟁사 간 희비도 엇갈릴 전망이다. 봄이 왔건만, 통신사에 불어닥친 영업정지 한파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기왕이면 여름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다음달 19일과 18일 각각 1차 족쇄가 풀린다. 모처럼 3사 경쟁 구도가 갖춰지는 것이다. 하지만 오래가진 않는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7일과 14일간 영업정지가 예정돼 있다. 올 1월과 2월 과열 경쟁을 주도했다는 죄목이다. KT는 과징금을 무는 선에서 무마됐다.
영업정지 기간은 확정됐지만 언제부터 시행될지는 미정이다. 통신시장도 어느 정도 계절을 탄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시행 시기에 민감한 이유다. 두 회사는 될 수 있으면 6월이나 7월에 영업정지를 당하기를 바란다. 이 시기엔 전통적으로 번호이동이나 기기변경 수요가 많지 않다. 대학등록금과 여름휴가 비용 등으로 가계살림에서 목돈이 빠져나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이 몰린 5월에 휴대폰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6월부터 상대적 비수기에 진입하는 원인 중 하나다.
가능하면 영업정지라는 벌칙도 ‘분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꺼번에 14일이나 7일간 문을 닫는 것보다 며칠씩 쪼개서 영업정지 명령이 내려지는 게 타격이 작다. 통신회사 관계자는 “영업정지로 인한 피해는 이통사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영세 판매점이나 휴대폰 제조사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차원에서라도 영업정지 기간을 융통성 있게 조절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줄줄이 늘어선 잠재 폭탄
행여 영업정지로 이어질지 모르는 악재도 즐비하다. ‘2차 영업정지’의 칼날에서 비켜선 KT도 안심하진 못한다. 3월에 터진 고객 정보 유출이 복병이다. 1200만명의 고객 정보 유출 조사 과정에서 KT의 관리 책임 등이 명백해질 경우 제재 강도가 한층 세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LG유플러스는 경쟁사의 신고서가 신경 쓰인다. SK텔레콤과 KT는 지난 10일 LG유플러스가 영업정지 기간에 ‘반칙’을 했다며 미래창조과학부에 신고장을 잇달아 접수했다. LG유플러스가 영업정지 기간에는 금지돼 있는 예약 가입을 접수했으며 과도한 보조금 지급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내용이다. 영업정지 관련 시장조사 업무를 맡은 미래부 통신서비스기반팀은 이번 신고에 따라 현장조사를 진행 중이다. SK텔레콤과 KT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이 제주도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LG유플러스의 불법 행위가) 확인되면 최고경영자(CEO) 형사 처벌도 가능하다”고 엄포를 놓은 대목도 마음에 걸린다. 또 한번 영업정지를 맞을 개연성이 ‘제로’는 아닌 셈이다.
LG유플러스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곧바로 “경쟁사들의 비방에 객관적인 자료로 적극 대응하겠다”고 반박했다. LG유플러스 내부에서는 경쟁사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SK텔레콤과 KT의 불법 사례도 상당수 축적해 놓았다는 얘기다. 이통시장의 영업정지 릴레이는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을’ 분위기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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