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지연 기자 ] 헬스케어·뷰티 주식이 달라졌다. 제약과 화장품은 내수를 넘어 수출주로 진화하고 있다. 기대감이 상승동력(모멘텀)이었던 바이오 관련주들은 실적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의료기기업체들도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서 고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한경닷컴]은 2014년 헬스케어·뷰티 산업의 전망을 시작으로 모멘텀 부각이 기대되는 주요 종목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올 들어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25% 뛰었다. 100만 원에서 시작한 주가는 지난해 4분기 호실적을 발표한 후 110만 원, 120만 원대를 잇따라 돌파했다. 최근 신고가 경신을 이어가며 130만 원대에 바짝 다가서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의 거침 없는 행진에 남몰래 웃고 있는 업체가 있다. 기능성 화장품 원료를 생산하는 업체, 에이씨티다. 이 회사에서 아모레퍼시픽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80%에 달한다.
에이씨티 주가는 '아모레퍼시픽 효과'로 올 들어 65% 급등했다. 올해 아모레퍼시픽의 실적 전망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에이씨티 실적에도 기대가 실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올 초 에이씨티의 주가가 급등했지만 실적을 바탕으로 한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 설화수 성장의 대표 수혜주
에이씨티의 주요 매출처는 국내 화장품 업계 '빅2'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다. 매출 비중은 각각 80%, 10% 수준이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의 한방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의 핵심원료 납품 비중이 높다. 이 회사는 설화수 화장품의 원료인 홍삼사포닌, 백화사설초 캡슐, 자음보위단, 감초추출물 등을 공급하고 있다.
에이씨티는 자연계에 극미량으로 존재하는 물질을 대량 생산하는 생물전환 사업을 하고 있다. 생물전환사업의 주요 제품이 홍삼사포닌이며, 이는 대부분 아모레퍼시픽에 공급하고 있다. 기능성 화장품 원료를 화장품 사용기간 동안 유지하게 하는 캡슐화 기술과 자음보위단 등 한방 추출물을 제조하는 기술 등도 보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에이씨티는 설화수 성장의 수혜주로 꼽힌다.
설화수는 지난해 기준 아모레퍼시픽 국내 매출의 23%를 차지하는 효자 브랜드다. 중국인의 설화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설화수 매장은 2012년 8개에서 지난해 28개로 늘어났다. 판매 제품군 확대 등에 힘입어 중국 매출은 전년 대비 160% 급증한 170억 원을 달성했다.
올해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등 5개 브랜드를 '5대 글로벌 챔미언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올해에만 10~15개 정도의 중국 매장을 출점할 예정이다. 중국 외에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에도 신규 매장를 열고 있는 추세다.
증권가에선 에이씨티가 올해 설화수 성장을 발판으로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올 에이씨티의 매출액 및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전년 대비 26%, 29% 증가한 190억 원, 53억 원이다.
곽희상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등의 강한 수요를 바탕으로 향후 설화수의 연평균 성장률은 40% 이상에 달할 것"이라며 "이는 설화수 핵심원료를 납품하는 에이씨티에 직접적인 수혜가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 해외시장 문도 '노크'…"주가 더 오른다"
에이씨티는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의 문도 두드리고 있다.
이 회사는 2009년 중국 5위 화장품 제조업체인 프로야(Proya)에 기능성 화장품 원료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산업용 원료 수출을 위해 중국 로컬 파트너사와 중국 길림애과호신과기 유한회사에 50%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또 지난해 6월에는 중국 7위권 업체인 칸스(KANS)와 원료 공급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유럽 쪽에서는 한방 원료 6가지를 혼합한 캡슐 소재가 안정성 테스트를 마쳤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동남아, 일본 등지로 향후 수출지역과 수출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해외 수출 비중을 현재 5%에서 2015년 10%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올해 신제품 향균제가 화장품, 가전제품, 식품용기 업체 등의 고객사에 납품돼 회사 매출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사가 개발한 향균제는 화장품, 세탁비, 싱크대 등에서 미생물이 자라는 것을 막는다.
전문가들은 올 초 급등한 에이씨티의 주가가 실적과 함께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양지혜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 주가의 12개월 선행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화장품 업종 평균 PER 대비 43% 이상 저평가돼 있다"며 "고부가가치 한방 화장품 원료의 경쟁력 바탕으로 한 글로벌 성장성 부각에 힘입어 저평가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 연구원도 "설화수 핵심원료 납품, 국내 최고의 캡슐화 능력 등 에이씨티의 기술력을 감안하면 주가는 추가 상승할 여력이 충분하다"며 목표주가를 현재가보다 20% 높은 1만4000원으로 제시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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