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In & Out - '最古은행' 신경전
[ 박신영 기자 ]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국내 ‘최고(最古) 은행’ 자리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금융계 일부에서는 100년이 넘은 은행들의 다툼이라는 점에서 ‘100년 전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민영화를 앞두고 직원들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설립 연도인 ‘1899’를 4월 초부터 회사 차 번호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1899년에 대한천일은행으로 시작한 만큼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옛 조흥은행을 통합한 신한은행이 발끈하고 나섰다. 조흥은행은 1897년 설립된 한성은행을 모태로 한다. 2006년 4월 신한은행과 통합했다. 신한은행은 조흥은행과 통합할 당시 존속법인을 ‘조흥은행’으로 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 만큼 가장 오래된 은행은 신한은행이라는 주장이다.
지금도 한국은행이나 은행연합회 등에서 은행장 간담회를 열 때 옛 5대 시중은행이었던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 순서대로 행장들의 자리가 정해진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 총재나 은행연합회장을 중심으로 신한은행장(옛 조흥), 우리은행장(옛 상업+한일), 스탠다드차타드은행장(옛 제일), 하나은행장(옛 서울) 등의 순서로 앉는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조흥은행의 전신인 한성은행이 1903년 문을 닫은 뒤 다른 사람이 다시 사업자로 등록한 만큼 1897년 세워진 한성은행과 같은 은행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뿌리를 찾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최고(最古) 은행보다는 최고(最高) 은행 경쟁이 더 바람직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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