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따른 축산농가 피해 대책 가운데 하나로 살처분 보상금을 끼워넣은 것으로 드러나 '눈속임용 대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1∼2013년 3년간 배정된 한·EU FTA 국내 대책 예산은 1조6559억원이지만 실제로는 예산의 2배 가까운 3조1425억원(집행률 189.8%)이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로만 보면 정부가 계획한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을 FTA 피해 대책에 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예산 집행 세부내용을 보면 엉뚱하게 살처분 보상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해당 기간 살처분 보상금 예산은 1300억원이지만 실제 쓰인 돈은 1조7256억원(집행률 1327.4%)으로 전체 지원금의 절반을 넘는다.
이 가운데 96%인 1조6678억원은 2011년 구제역 발생 당시 사용된 것이다.
결국 긴급 방역 대책이 FTA 피해 대책으로 둔갑해 '통계상의 왜곡'이 발생한 셈이다.
실제 살처분 보상금을 제외하면 FTA 피해 대책의 예산 집행률은 90%대로 뚝 떨어진다.
FTA 피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살처분 보상금이 FTA 대책에 포함된 것도 논란거리다.
살처분 보상금은 2011년 한·EU FTA 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처음 삽입됐으며 그보다 앞서 만들어진 한미 FTA 대책에는 빠져 있다.
농식품부는 국내 축산물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FTA 피해 대책에서 '시·도 가축방역'이라는 항목을 두고 별도로 예산(3년간 2064억원)을 책정하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통상 분야 한 전문가는 "살처분 보상금은 국가재난 대응 비용일 뿐 FTA와는 거리가 멀다"며 "FTA 피해 지원 규모를 과대 포장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에서는 부인하지만 일각에서는 살처분 보상금이 FTA 지원금의 대부분을 잡아먹으면서 축산농가에 꼭 필요한 다른 지원금 규모가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은 "FTA 피해 대책이 '생색내기용'이 아니라 실제 축산농가의 존립 기반을 다지는 방향으로 재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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