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민 기자 ] 여객선 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에서 잇따라 드러난 정부의 부실한 재난 대응 역량에 여론의 비난이 거세다. 재난관리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은 안전행정부에 전문성과 현장 경험을 갖춘 방재 전문가가 없다는 점도 이를 초래한 주된 원인으로 지적된다. 정부는 이미 3년 전부터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방재 전문직을 양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도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안행부에 따르면 2012년 11월9일 기술직군에 ‘방재안전직렬’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공무원임용령’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행정안전부(현 안행부)는 소방방재청을 비롯한 중앙부처에서 2400여명의 공무원이 방재안전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대부분 일반행정·시설·공업직 인력이 맡아 관련 분야에 대해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인력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순환보직이 시행되면서 장기근속을 통한 재난관리 노하우 축적이 어렵다는 게 당시 안행부의 설명이었다.
이에 따라 안행부는 기술직군에 방재안전직렬을 신설해 2013년부터 전공자를 경력자로 공개채용하고, 2014년부터는 공개경쟁채용으로도 선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일정한 전문성을 확보한 기존 공무원을 단계적으로 전직 조치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안행부는 방재안전직렬 신설을 통해 채용 단계에서부터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을 선발하고, 체계적인 보직 관리를 통해 정부의 재난관리 역량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행부는 지난해 2월 방재안전직렬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공무원임용령 개정을 완료했지만 이후 실제 채용은 이뤄지지 않았다. 계획 발표 3년째인 올해 공무원 채용계획에도 방재안전직렬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안행부 관계자는 “학계의 준비가 부족해 국내에 관련 학과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채용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미 국내에는 재난관리학과 등 관련 학부가 여러 대학에서 운영 중이고, 연세대와 성균관대 등에는 대학원 과정도 개설돼 있다. 김상대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는 “정부가 재난이 발생했을 당시에만 안전관리를 강조하는 등 시늉만 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강하게 지시하지 않으면 공무원들이 움직이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재난별로 제각각 특성이 있지만 이를 관리하는 것은 대부분 비슷하다”며 “정부 내 재난 대응 전문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