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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비서관회의 열어…개각 불가피
눈치만 보는 공무원들 반드시 퇴출
더 강력한 재난대응 컨트롤타워 필요
[ 정종태 기자 ]
지난 17일 진도 여객선 침몰 현장을 다녀온 이후 모든 공개일정을 취소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세월호 대참사’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선장과 일부 승무원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선 ‘경악과 분노’라는 표현으로 개탄하면서 동시에 이번 참사의 단계별 문제점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혀내 관련자에 대해 ‘일벌백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안일한 대처로 피해자 가족의 공분을 사는 공무원들을 향해 ‘퇴출’이라는 경고 메시지도 던졌다.
○‘기념촬영’ 안행부 국장 사표 수리
박 대통령은 “선내 비상훈련을 열흘에 한 번 실시하도록 돼 있는데, 이런 기본적인 규정조차 지켜지지 않는데도 회사와 감독기관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철저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월호 선박의 수입부터 면허 획득, 시설 개조, 안전점검과 운항 허가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진행 과정을 철저히 조사해 단계별 문제점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명해낼 것”을 지시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한 민형사상 책임도 묻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사고 현장에 내려가 실종자 가족들을 만났더니 공무원에 대한 불신이 너무 컸다. 책무를 소홀히 하는 공무원은 존재의 이유가 없다”며 “퇴출시키겠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공무원의 무사안일 행태에 대해 가만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침몰사고 현장에서 기념촬영을 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송영철 안전행정부 국장의 사표를 전격 수리한 것은 이런 차원이다.
경우에 따라선 대응을 소홀히 한 관련 부처 장관들까지 문책 범위에 포함돼 개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또 “해양수산 관료 출신들이 38년째 해운조합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것 또한 서로 봐주기식의 비정상적 관행을 고착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전 정책 근본적 대안 마련”
박 대통령은 정부의 위기대응시스템과 초동 대처의 난맥상에 대해서도 강한 어조로 비판하며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지난 7일 회의 때도 3000개가 넘는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지만 현장에서 내용을 잘 모르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매뉴얼대로 작동되는지 점검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이번 사고수습의 난맥상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도 운항 이전부터 운항과정, 사고 발생 이후까지 매뉴얼이 작동되지 않았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우리의 안전 정책, 위기대응능력 등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비용과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근본적인 대안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 발생 후 컨트롤 타워 부재로 인한 미숙한 재난 대응 문제도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중앙재난대책본부가 있으나 이번에 보니 위기 시 현장과 부처 간 협업 및 대응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보다 더 강력한 재난대응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김기춘 비서실장 주재로 긴급 수석회의를 열어 박 대통령이 지시한 내용을 모두 18개 항목으로 세분화해 수석실별로 소관 사항을 배분한 뒤 해당 부처를 독려해 즉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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