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혁현 기자 ] "TPC 주식은 테마주(株)가 아닙니다."
엄재윤 TPC메카트로닉스 대표이사 사장(사진)은 18일 인천 서구 가좌동 TPC 인천 제1공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3D 프린터에 대한 무성한 말들이 오갔지만 실제 결과물을 내놓은 회사는 드물다"며 "TPC는 이달 말부터 파인봇(FINEBOT) 9600 제품 시판을 시작으로 3D프린터 시장에서 제대로 하겠다"고 이 같이 밝혔다.
TPC는 이달 말부터 애니웍스에서 만든 3D프린터 제품을 판매한다. 가격은 265만 원. 보급형 3D프린터 중 가장 많이 팔린 메이커봇(MakerBot)의 리플리케이터2(Replicator2) 제품이 원화 적용 시 400만 원 가량인 것을 감안할 때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는 설명이다. TPC는 지난해 10월 파인봇 제조사 애니웍스 지분 50%를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했다.
TPC는 이날 파인봇 9600과 리플리케이터2의 비교 시연을 진행했다. 두 프린터기는 동시에 제품 적층을 시작해 파인봇 9600이 44분, 리플리케이터2가 48분 만에 모형물을 완성했다.
시연회를 진행한 장천호 애니웍스 대표는 "4분 차이지만 제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파인봇 9600이 만든 모형물이 더 촘촘하게 적층된 것을 알 수 있다"며 "30mm×30mm로 설계된 모형물을 파인봇 제품은 29.95mm×30.05mm로, 메이커봇 제품은 29.70mm×30.16mm로 만들어 파인봇 제품의 오차가 적었다"고 평가했다.
엄 대표는 파인봇 9600 제품이 품질 경쟁력과 가격 경쟁력을 두루 갖춘 만큼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수요가 늘 것에 대비해 생산능력도 확대할 계획이다. TPC는 올 6월 말 인천 오류동 경인 아라뱃길 물류단지 내 생산공장이 완공되면 7월부터 월 500대 수준으로 3D프린터를 찍어낸다. 가동률을 끌어올리면 월 1000~2000대 생산도 가능하다는 게 엄 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메이커봇은 3년 전 1만대를 파는데 그쳤지만 지난해 판매량은 4만대로 껑충 뛰었다"며 "국내의 경우 정부 지원도 있기 때문에 3D프린터 시장 성장 속도는 훨씬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엄 대표는 올해 국내 3D프린터 시장이 70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300억 원 수준에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엄 대표는 하드웨어 측면 뿐 아니라 산업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시장환경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TPC는 이를 위해 전국 380개 대리점 중 경쟁력을 갖춘 업체를 골라 3D프린터 특화대리점으로 활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서비스 플랫폼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TPC는 3D프린터 관련 포털 '3DHUB(www.3dhub.co.kr)'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이 사이트에서는 3D프린터 공급자와 수요자간 매칭 서비스, 3D프린터 설계도 공유 서비스, 온·오프라인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제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인프라 구축에도 힘을 써 시장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
이 회사는 3D프린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도 직접 생산하기로 했다. 정밀도와 내구성이 향상된 리니어 모션 기술 개발이 완료되는대로 자체 생산 제품에 적용할 예정이다. 노즐을 거쳐 적층하는 방식인 FDM(FFF) 방식보다 진화한 방식의 적층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엄 대표는 "서비스 플랫폼을 선점해 대기업의 진출을 견제하고, 3D프린터의 핵심부품까지 생산해 자체 경쟁력도 키우겠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혁현 기자 chh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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