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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 생각하면 할 수 있는 일 없어…남들 못보는 보안 취약점 찾아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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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드프로세서 6번만에 자격증
일반 공채 10대1경쟁 뚫고 합격
"은행 대표 보안전문가 되겠다"



[ 박신영 기자 ] “부산은행의 대표 보안전문가라고 하면 ‘김민준’을 떠올릴 수 있도록 일하고 싶습니다.”

김민준 씨(24·사진)는 시각장애 3급 판정을 받아 앞이 잘 보이지 않는데도 지난달 부산은행 7급 신입행원 공채 시험을 통과해 현재 본점 IT·기획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장애인 전형이 아닌 일반 공채 전형에 응시해 1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합격했다.

김씨는 태어날 때부터 선천성 백내장이 있었다. 설상가상 다섯 살 때 뇌종양을 앓으면서 오른쪽 눈만 0.3의 시력이 나올 정도로 나빠졌다. 왼쪽 눈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늘 돋보기를 가지고 다녀야 했다.

컴퓨터에 대한 관심은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에서 컴퓨터 관련 자격증 수업을 들으면서 시작됐다. 부모님의 권유 때문에 시작했지만 곧 매력에 빠져들었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손으로 글을 쓰지 않고 자판에 타자를 치면 화면에 글이 뜨는 것이 신기했다. 자판을 외우기만 하면 보지 않고도 작업을 할 수 있는 것 또한 매력으로 작용했다. 배우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워드프로세서 자격증을 딸 때는 5번이나 떨어졌다. 5전 6기로 합격한 셈이다.

고등학교 때는 설상가상 녹내장까지 왔다. 컴퓨터 모니터를 계속해서 보면 안압이 올라가 학업을 중단해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김씨는 “아프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며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가짐을 다질 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하루에 한 번씩 녹내장약을 눈에 넣어야 한다. 더 이상 시력이 나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컴퓨터의 매력에 빠진 뒤 대양전자통신고에 이어 부경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다. 물론 컴퓨터 작업 과정에서 모니터의 작은 글씨는 크기를 키워야 겨우 볼 수 있는 등 불편이 따랐다. 하지만 김씨는 굴하지 않고 대학 내 소프트웨어경진대회에서 두 차례나 상을 받을 정도로 컴퓨터 공부에 매진했다. 대학 4학년 때인 지난해에는 한국정보처리학회에서 ‘공용네트워크 환경에서 ARP스푸핑 공격을 막는 방법’이라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해 여름 부산은행 IT·보안 업무 분야의 인턴직원으로 근무하면서도 성실성과 전문성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가장 자신 있는 일이 컴퓨터 관련 일이어서 은행에 합격한 뒤 희망 부서를 IT·보안 쪽으로 지원했는데, 다행히 희망대로 발령이 났다”며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보안 취약점까지 찾아내는 보안 전문가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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