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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사건으로 본 기업 핵심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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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선이 아닌 실천돼야할 가치
경영자가 솔선수범해서 지켜야



최근 눈길을 끄는 이슈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이 아닌가 한다. 국정원 직원들이 간첩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주요 증거를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국가기관이 국민 대상의 수사 과정에서 증거를, 그것도 다른 나라 국가기관의 문서를 조작하고 이를 은폐했다는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다.

이 사건을 보는 관점이나 원인 분석은 이해관계에 따라 다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사건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이는 다른 조직, 기업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기업이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할 내용은 없는지 헤아려보자.

국정원이나 기업이나 존재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는 계속되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일관된 방향으로 판단하고 실행할 때 성취된다. 그리고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필수다. 판단과 실행은 구성원 모두의 몫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직은 판단과 실행에서 구성원 모두가 동일한 판단기준과 우선순위를 갖도록 강요한다. 그 판단기준이 조직에서 강조하는 핵심가치다.

핵심가치는 구성원이 실천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로, 조직이 지켜가고자 하는 본질적인 요소이자 합의된 공통의 가치관을 말한다. 조직의 존재 목적을 성취하는 최상의 방법으로 구성원 모두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준수해야 할 금과옥조인 것이다.

국정원 수사에서 증거를 조작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분명 의사결정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직원이 판단기준으로 삼아야만 했던 것은 국정원의 핵심가치다. 그것이 국정원이 지켜가고자 하는 본질적인 요소이자 국정원 직원이 실천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핵심가치(원훈) 중의 하나는 ‘언제나 진실된 정보만을 추구한다’는 진리다. 국정원 직원이 자행했다는 증거조작은 분명 ‘진리’와는 상반된다. 핵심가치를 준수하지 않았다. 반대의 행동을, 그것도 의도적으로 한 것이다. 이렇게 구성원이 조직의 핵심가치를 위반하면 일반적으로는 그 책임을 엄중히 묻는다. 핵심가치 준수는 누구도 예외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국정원 사건에서는 이와 같은 모습을 볼 수가 없다. 분명 직원이 핵심가치를 의도적으로 위반했지만 그 직원에 대한 책임 묻기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기관이 나서 사건을 은폐하려 함으로써 그들의 핵심가치인 ‘진리’와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줬다.

핵심가치는 구두선으로만 존재할 뿐 실행되는 본질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석하면 지나친 것일까. 그리고 이런 모습은 국정원에만 국한돼 있을까. 우리 기업에서는 핵심가치가 실행되는 본질로 기능하고 있을까.

최근 가치관의 중요성을 알고 많은 기업들이 핵심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자사의 홈페이지에 자랑스럽게 올리고 직원들에게도 준수하도록 요구한다. 그런데 핵심가치 실행은 국정원의 예에서도 보듯이 상부에서 먼저 솔선수범해야 한다. 기업으로 보자면 경영자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말이다. 경영자의 경영철학이 핵심가치의 기본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경영철학을 경영자 자신도 준수하지 않는다면 그 핵심가치는 공통의 가치관으로 정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자신이 만든 핵심가치와는 반대되는 행동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는 일부 최고경영자들의 모습을 여전히 보게 된다.

최근 수천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모 그룹 최고경영자 회사의 핵심가치는 ‘투명경영’이다. 수천억원의 탈세와 비자금 조성 혐의로 기소된 또 다른 최고경영자 회사의 핵심가치에는 ‘신뢰’가 들어 있다. 부실 계열사를 부당 지원해 손해를 끼친 다른 최고경영자 회사는 ‘원칙에 따라 바르고 공정하게 행동한다’가 첫 번째 핵심가치다.

이렇듯 최고경영자가 핵심가치와 상반된 행동을 한다면 그것을 구성원들에게 준수하라고 강조할 수 있을까. 지키지 않는다고 해도 어떤 조처를 취할 수 있을까. 준수하라고 강조할 수도 없고, 위반된 행동을 해도 조처를 취하지 못한다면 구성원이 실천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로서, 조직이 지켜가고자 하는 본질적인 요소이자 합의된 공통의 가치관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국정원의 이번 사례를 핵심가치의 의미를 되새기고, 그것은 구두선이 아니라 실천됐을 때 조직의 존재목적을 성취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실천은 상부, 기업으로 보자면 경영자의 솔선수범에서 비롯된다는 지극히 당연한 진실을 체감하고 실행하는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 이래서 타산지석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아닐까.

박기찬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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