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 55년 선창산업 '성공 DNA' 충전
2012년 이윤영 사장 취임
미얀마 합판회사 인수 등 공격적 확장전략 펼쳐
"부채비율 그래도 97%…성장성 높은 회사 만들 것"
[ 김용준 기자 ] 국내 합판시장 1위 기업인 선창산업은 최근 2년간 미얀마에 있는 합판회사를 인수하고 뉴질랜드에서 조림지를 사들였다. 그 결과 2012년 70%였던 부채비율은 작년 말 96%로 올라갔다. 회사 설립 이후 가장 큰 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55년간 꿈쩍하지 않던 목재회사의 변신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은 이윤영 선창산업 대표(사진)다. 그는 인수합병(M&A)을 통해 급성장한 LG생활건강에서 7년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일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성장하는 대기업의 DNA가 가장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회사에 접목된 것이다.
◆무차입 경영, 절대선 아냐
인천시 중구에 있는 집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에게 ‘부채비율이 갑자기 높아진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얘기를 꺼냈다. 이 대표는 “무차입 경영이 절대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적절한 수준의 부채를 활용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산이 많고,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회사는 적당히 부채를 일으켜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는 얘기였다. 현재 부채비율 97%는 충분히 관리 가능하고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수준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뉴질랜드와 미얀마 사업 성과를 묻자 그는 “운이 좋았다”고 했다. 뉴질랜드 조림지는 인수하자마자 목재 가격이 올라 실적이 좋아졌다. 미얀마 공장은 인수한 첫 달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해외법인의 이 같은 성장 덕분에 2011년과 2012년 3300억원 선에 머물러 있던 이 회사 매출은 지난해 처음으로 4000억원을 넘어섰다.
◆연관 사업 중심 M&A 추진
이 대표는 “미얀마 합판회사 인수와 뉴질랜드 조림지 매입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지금도 수십 개 회사를 인수 대상 리스트에 올려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향후 M&A에서도 미얀마와 뉴질랜드 성공 사례는 중요한 원칙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관 사업, 인접 사업을 중심으로 다각화하고 우리 회사가 잘할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한 판단의 근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주가 얘기를 물었다. 그는 “저평가도 이런 저평가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기자본이 2700억원인데 시가총액은 800억원 정도라는 건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목재회사들은 성장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미래가치를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자산 효율성을 높이고 추가적인 M&A를 통해 성장성을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전국 곳곳에 있는 부동산 중 일부는 매각하고 일부는 사업부지로 활용해 자산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신규 사업을 위해 필요한 자금은 부동산을 활용해 조달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사람 없으면 M&A 실패”
이 대표는 2012년 대표가 되자마자 영업담당 생산담당 관리담당 등으로 돼 있던 조직을 합판 MDF(중밀도섬유판) 등 제품별 조직으로 바꿨다. “영업 개발 생산 등 모든 과정을 경험할 수 있게 조직을 바꿨다”는 것이다. 작은 사업부라도 책임을 지고 총괄해봐야 경영진의 자질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인사제도도 바꿨다. 이 대표는 “인사의 핵심은 차별화”라며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과거 상 50%, 중 50%로 돼 있던 것을 5단계로 바꿔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매년 2명씩 인하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에 보내주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이 대표는 “본격적인 성장을 하려면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하는 게 사람”이라며 “아무리 좋은 회사를 인수하고 신사업에 진출해도 핵심역량이 되는 사람이 없으면 실패한다는 게 그동안 M&A가 준 교훈”이라고 설명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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