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산업 현장에선
납품기업 해외로 확대…신제품 개발 일변도 방침서 품질·성능 개선에 초점
연구소 이름도 품질개발硏으로 현대차 계열사로 확산 주목
[ 정인설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의 자동변속기 전문기업인 현대파워텍이 핵심 연구인력을 그룹 연구단지인 남양연구소에서 생산시설이 몰려 있는 충남 당진으로 옮겼다. 또 신기술 개발보다 품질 향상에 역점을 두기 위해 연구소 이름을 품질개발연구소로 바꿨다. 그룹 내에서 연구소명에 품질을 붙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줄곧 품질을 강조해온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의 의중을 반영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핵심 연구인력의 현장 배치가 다른 계열사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현대파워텍은 지난 11일자로 남양연구소에 있는 100여명의 연구인력 중 수십명을 당진 공장으로 인사 발령했다. 인사 대상은 양산품의 성능 개선 업무를 맡은 설계개선실 인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진 공장의 연구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경력 및 신입사원도 추가로 뽑았다.
이와 함께 이 회사는 연구 조직 이름을 기술연구소에서 품질기술연구소로 개명했다. 양산품의 품질과 성능을 강화하는 데 연구개발(R&D) 핵심 인력을 투입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유럽과 일본의 경쟁 업체에 뒤지지 않기 위해 새로운 자동변속기 기술을 개발하는 데 치중했다면 이제는 품질과 성능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해진 만큼 연구소의 기능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납품 대상 기업이 해외로 확대되고 있는 것도 연구 조직 개편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대파워텍은 2001년 국내 최초로 자동변속기 전문기업으로 출범해 현대·기아차에만 변속기를 납품했다. 이 때문에 현대·기아차가 자동변속기 부문에서 다른 경쟁 업체에 뒤지지 않도록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데 집중했다. 구체적으로 경차용 무단변속기와 중형차용 전륜 6단 자동변속기, 에쿠스 등에 들어가는 후륜 8단 자동변속기 등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대해왔다.
신제품 개발 일변도의 방침은 2012년부터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현대파워텍은 2011년 미국 크라이슬러에 1조2000억원 규모의 자동변속기를 납품하는 계약을 맺은 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77만대 분의 중형 세단용 자동변속기를 공급하고 있다. 이어 2012년 10월 쌍용자동차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용 자동변속기를 납품했다. 현대·기아차 외에 다른 업체와의 거래가 늘어나면서 신기술 채용보다 품질과 성능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특히 작년 7월 정일수 현대파워텍 대표(부사장·사진)가 취임하면서 품질 중심의 경영 시스템을 도입했다. 정 대표는 현대차 변속기 생산기술팀 부장으로 일하다 2003년 현대파워텍으로 옮긴 뒤 줄곧 생산 부문에서 근무했다. 2005년부터 생산품질 부문장을 맡았고 2010년 말 전무로 승진한 뒤 생산본부장으로 일해왔다. 정 대표는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뒤 임직원들에게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최고의 생산성과 품질을 확보할 것”을 주문했다.
현대파워텍의 이런 변화는 현대차그룹 내에서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대차 계열사들은 생산시설에 연구인력을 배치하지 않고 현대·기아차 산하 연구소에서 연구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계열사가 경기 화성에 있는 남양연구소 내에 연구 조직을 두고 있고,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의 친환경 차량 연구소인 용인 마북연구소에 연구소를 만들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로선 R&D 인력을 생산 거점으로 대거 옮기거나 연구소 명칭에 품질을 붙인 곳은 현대파워텍 외에 없다”며 “이런 움직임이 확산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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