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27만명 '취업 재수'
대입 재수생은 14만명
공무원·자격증 준비 가장 많아
[ 정태웅/공태윤 기자 ]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하지 못한 ‘취업재수생’이 갈수록 늘고 있다. 대학 입학을 위해 재수하는 대입 재수생의 두 배에 이를 정도다. 대학에 들어가기보다 대학 졸업 후 취직하기가 더 힘들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14일 내놓은 ‘청년층의 취업 관련 시험준비 실태’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대학원졸 포함) 미취업자 48만7000명 가운데 각종 입사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재수생은 27만3000명(56.1%)에 달했다. 2009년 22만5000명에 비해 21.3% 늘었다. 대졸 시험준비생 가운데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12만7000여명으로 가장 많고, 민간기업 입사 준비가 7만9000명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대입 재수생은 1996년 30만482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꾸준히 줄어 지난해 14만2000여명에 그쳤다. 대졸 취업재수생과 대입재수생 차이는 2009년 9만8000여명에서 지난해 13만1000여명으로 확대됐다.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졸업을 유예하는 학생도 늘어나고 있다. 대학정보 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대학 4학년 편제정원을 초과하는 인원은 2011년 83개대 7만3650명에서 지난해 93개대 9만6141명으로 늘었다.
취업전문가들은 “취직이 안 돼 대학 졸업을 늦추는 10만명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인 취업재수생은 40만명에 달한다”며 “대학들이 전체 정원을 감축하고 취직과 미스매치되는 학과 인원을 줄이는 등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취업시험 준비생 96만명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한 취업재수생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고졸 및 전문대 졸업자를 포함해 각종 입사시험과 자격증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1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14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68만2000명이던 취업시험 준비자는 해마다 꾸준히 늘어 지난해 96만명으로 40.8% 증가했다. 시험 유형별로는 공무원 시험 준비 인원이 31만9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회계사 미용사 등 자격증 관련 시험 준비자가 29만5000명, 민간기업 취업시험 준비 인원이 26만명, 공기업 입사시험 준비자가 8만6000명으로 뒤를 이었다.
4년제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미취업자로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27만3000명으로 12만7000명이 공무원시험, 3만6000명이 자격증 시험, 7만9000명이 민간기업, 3만명이 공기업 입사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대학에 재학하면서 취직 관련 시험을 준비하는 게 일반화되고 있다. 4년제대 재학생(휴학생 포함) 196만명 가운데 각종 취업 시험을 준비하는 인원은 23만8000명으로 12.1%를 차지했다. 취업 준비를 하는 학생 비율은 2009년 9.2%(17만명)에서 2.9%포인트 높아졌다. 이 가운데 공무원 시험 준비가 8만6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일단 ‘붙고 보자’는 심정으로 취직한 사람들이 다시 취업시험 준비생으로 돌아오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각종 입사시험 준비생 가운데 현재 직업을 가진 취업자 비중은 2007년 14%에서 지난해 22.9%로 늘어났다. 공무원 수험생 가운데 취업자 비중은 같은 기간 12.7%에서 19.1%로, 민간기업 수험생은 16.2%에서 28.1%로 상승했다.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기 위해 시험에 매달리는 직장인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오호영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공무원이나 민간기업 입사시험이 지필고사 중심의 대규모 공채로 이뤄지면서 수험생만 양산하고 있다”며 “‘공시족’이 늘어나고 취업 사교육이 등장하는 부작용을 줄이려면 서류전형이나 면접, 실무경력 위주로 충원 구조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준기 MS코리아 상무도 “대학 입학이나 대기업 취업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되며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태웅/공태윤 기자 redae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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