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지연 기자 ] "50% 빅세일합니다." "들어와서 샘플 받아가세요."
1㎞ 남짓한 서울 명동 거리. 이곳에는 빼곡히 들어선 건물마다 미샤, 더페이스샵, 에뛰드, 이니스프리, 스킨푸드 등 화장품 브랜드숍 매장들이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줄지어 서있다. 각 매장들 앞에는 브랜드숍 직원들의 호객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 주요 상권인 신사동 가로수길, 강남역 인근 등의 풍경도 마찬가치다.
화장품 브랜드숍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업체들은 지난해 100일에 가까운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고객 유치를 위해 한 해 3분의1 가량 '세일' 간판을 내건 것이다.
화장품 브랜드숍의 출혈 경쟁에 남몰래 웃고 있는 곳이 있다. 이들 업체에 제품을 납품하는 화장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자개발생산) 업체들이다. 국내 대표 화장품 OEM·ODM 업체 중 한 곳이 바로 코스맥스다.
증권가는 코스맥스에 대해 일제히 투자의견 '매수'를 외쳤고, 지난해 주가는 166% 폭등했다.
◆ 국내 넘어 해외로…"두 마리 토끼 잡는다"
지난해 코스맥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21.3%, 33.3% 늘어난 3790억 원, 348억 원을 기록했다. 브랜드숍 등 유통 채널에 대한 공급 증가로 매출 증가율은 7년 연속 20%대를 이어갔다.
올해도 전방산업의 출혈 경쟁이 코스맥스에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 들어서도 브랜드숍들의 점포 확장과 할인 일수 증가가 지속되고 있다. 합리적인 소비 패턴 고착화로 제품 수요는 늘어났다.
이하경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상황에서 히트 아이템을 출시하기 위해 ODM 업체에 대한 브랜드숍들의 신제품 개발 의존도가 높아졌다"며 "코스맥스는 트랜드성 상품화 능력에 강한 장점을 보유하고 있어 실적 호조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코스맥스는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서도 실적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의 고성장은 코스맥스의 전망을 밝히는 주요소다.
이 회사는 현재 중국, 미국, 인도네시아 등에 직접 진출해 있다. 코스맥스차이나, 코스맥스광저우, 코스맥스인도네시아, 코스맥스USA 등 4개 공장를 가동 중이다. 지난해 중국법인의 경우 전년 대비 40% 높은 82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해외사업 확대는 계속되고 있다. 올해 광둥성 광저우시에 연건평 3만3000㎡ 규모의 신공장 가동에 돌입했다. 하반기에는 미국법인의 생산 가동 본격화와 상하이 메이크업 공장 증설을 앞두고 있다. 중국에서 온라인, 홈쇼핑 등으로의 신규 거래처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중국법인의 매출액은 1000억 원을 돌파하고, 광저우 사업은 손익분기점(BEP)을 넘을 것"이라며 "지난해 진출한 인도네시아와 미국 공장의 조기 안착으로 3년내 화장품 ODM업계 세계 1위를 넘보고 있다"고 밝혔다.
◆ 인적분할 '호재'까지 등에 업어
코스맥스는 올 3월1일 신설 사업회사인 코스맥스와 지주회사인 코스맥스BTI로 인적분할됐다. 코스맥스BTI는 제3자배정(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방식의 현물출자를 통해 2015년 말까지 지주회사 전환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번 인적분할을 통해 사업회사인 코스맥스는 화장품 ODM·OEM 사업에 집중하는 구조로 재편됐다. 성장성이 높은 중국 등 해외법인은 코스맥스에 남아 있고, 지난해 수익성이 부진했던 건강기능식품 코스맥스바이오는 코스맥스BTI가 가져갔다.
향후 실적 성장세가 강화될 것이란 기대는 주가에 반영됐다. 지난해 10월23일 장중 인적분할을 공시한 코스맥스 주가는 거래정지 전인 올 2월26일까지 33% 급등했다. 인적분할 호재가 주가에 선반영됐다는 증권가의 분석에도 지난 7일 재상장된 후 11일까지 9% 넘게 뛰었다.
전문가들은 향후 주가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인적분할 후에도 국내외 사업의 안정적인 성장과 글로벌 수출 확대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정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업회사가 본사 화장품 ODM사업은 물론 주가 재평가 주요 변수인 모든 화장품 해외법인을 보유하게 됐다"며 "지주회사 전환 이후 영업 펀더멘털에 큰 변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다만 고성장이 기대되는 코스맥스바이오의 지주회사 이전으로 단기적인 영업이익 하락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화장품 해외사업의 구조적인 확장스토리만으로 사업회사 투자매력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