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전 배당금 챙기기?..실적 반토막인데 배당금은 10% 줄어
매각주관사 골드만삭스, 예비입찰부터 '가격단속'
이 기사는 04월10일(05:0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투자자 피해보상의 사회적 책임을 온전히 다하고, 신용이 생명과도 같은 LIG손해보험의 계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지분매각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습니다. (중략) LIG손보의 미래를 키우며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최적의 투자자를 찾을 것입니다."
구자원 LIG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LIG손보 매각을 결정할 당시 회사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다. 하지만 매각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자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일 최적의 투자자를 찾기보다 최대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구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은 284억원의 현금배당금 가운데 61억원을 가져갔다. LIG손보의 주당 순이익은 1973원으로 2012년의 3292원보다 40.1% 줄었지만 현금배당금 총액은 284억원에서 258억원으로 9.2% 주는데 그쳤다. LIG손보를 보유하는 마지막 해인 지난해 대주주 일가가 배당금을 최대한 받아갔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인수후보 제시가격 5000억 안팎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인수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인수후보자들을 압박한 것도 회사의 미래 기업가치보다 대주주 이익이 우선이란 시각에 힘을 싣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3일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주당 **~**원'으로 가격 범위를 제시한 후보자들에게 "하단 가격을 낮게 제시한 근거가 무엇이냐"며 설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후보들은 전체 인수가격으로 5000억원 이상을 제시하지 않으면 쇼트리스트에 오르지 못할 것이란 사전안내로 받아들이고 있다. 본입찰에 참여한 최종 인수후보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매호가방식(프로그레시브딜)을 예비입찰 때부터 적용한 셈이다.
골드만삭스가 입찰 초기부터 인수후보자들의 '가격단속'에 나선 것은 제시한 가격이 예상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LIG손보 인수후보 '빅3'로 꼽히는 KB금융지주, 동양생명, 롯데손보를 포함해 MBK파트너스와 자베즈파트너스, 중국 푸싱그룹 등 쇼트리스트에 오른 후보자 대부분이 5000억원 안팎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매각대상인 LIG손보 지분 20%의 시장가격은 36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LIG그룹과 골드만삭스는 6000억원 이상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IG그룹과 골드만삭스의 희망대로 6000억원 이상을 받으려면 현재 LIG손보 주가에 50% 이상의 프리미엄을 붙여야 한다.
고객회사를 위해 매물을 가장 비싼 가격에 파는 것은 매각주관사의 의무이자 능력이다. 하지만 적정가격을 넘어서는 고가매각은 결국 인수회사와 피인수회사 및 임직원들에게 피해가 전가된다는 점에서 우려를 사고 있다. LIG손보를 비싼 값에 사들인 인수자는 '승자의 저주'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ING생명 쇼트리스트 탈락시킨 푸싱그룹 또?
인수후보자들은 특히 골드만삭스가 맡았다가 뒷말이 무성했던 기업 인수·합병(M&A) 거래의 전철을 LIG손보가 밟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기업을 '깜짝 후보'로 끌어들이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2012년 웅진코웨이(현 코웨이)와 지난해 동양매직 인수전에는 중국 캉자그룹이 등장했고, LIG손보 인수전에는 중국 푸싱그룹이 이름을 내밀었다. 이들 중국기업들은 실체가 불분명한 인수후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푸싱그룹만 하더라도 지난해 ING생명 인수전의 예비입찰에 참여했지만 인수의지가 불투명하단 이유로 쇼트리스트에서 탈락했다. JP모간과 함께 ING생명의 매각을 공동주관한 곳이 골드만삭스였다.
본입찰 이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데 오래 걸리고 힘들게 선정한 우선협상대상자가 여러차례 바뀌는 것도 골드만삭스가 맡은 거래들의 공통점이다. 웅진코웨이의 우선협상대상자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KTB PE에서 MBK파트너스로 바뀌었고, 동양매직은 교원그룹에서 KTB PE로 우선협상자가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다 결국 매각에 실패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웅진코웨이와 동양매직 매각작업이 진통을 겪은 것은 골드만삭스가 인수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프로그레시브 딜을 진행한 탓"이라고 말했다.
ADT캡스의 매각주관사인 모건스탠리는 프로그레시브딜을 진행했지만 본입찰 마감 일주일 만인 지난 2월25일 칼라일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고, 역시 일주일 만인 3월5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