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성 기자 ] 삼성그룹이 10년간 1조5000억 원을 출연하는 미래기술육성사업의 올해 1차 지원 대상으로 총 40개 과제를 선정, 10일 발표했다.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단백질에 기인한 불치병(치매, 알츠하이머 등)의 원인과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생체분자 네트워크 연구 등 17건이 선정됐다. 대표적으로 함시현 숙명여대 교수는 2012년 세계 최초로 치매 단백질의 응집 과정을 규명한 뒤 단백질 응집 현상의 원인으로 단백질과 물의 상호 작용을 제시하고 있다.
소재기술 분야에서는 신개념 다공성 메타물질을 이용해 아파트 층간 소음을 제거하는 흡차음(吸遮音) 물질 연구 과제 등 10건이 뽑혔다. 특히 김윤영 서울대 교수는 다공성 메타물질을 이용해 음파의 진행경로를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소음이 사라지는 시간을 길게 증가시키는 '웨이브 스큐(Wave Skew)'라는 개념도 제안했다. 이 소재가 개발되면 광대역 소음을 효율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국내 건축산업 경쟁력 향상 뿐 아니라 사회적 소음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ICT(정보통신기술) 창의과제 분야에서는 초음파가 가청(可聽) 음파로 변조되는 현상을 이용, 이어폰 없이도 특정인에게 원하는 소리를 전달하는 연구 과제 등 13건이 선정됐다. 문원규 포스텍 교수는 헤드폰이나 이어폰 없이도 특정 사람에게만 원하는 소리를 전달시키는 초지향성 음향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개인 맞춤형 음성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5월 기초과학, 소재기술, ICT 융합형 창의과제 등 3대 분야에 향후 10년간 총 1조5000억 원을 출연,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을 설립했다. 같은해 8월 기초과학분야 육성은 기금 5000억원 규모의 '미래기술육성재단'에서 맡고, 나머지 1조원은 소재기술 및 ICT분야 '미래기술육성기금'으로 이원화했다
삼성은 지난해 처음으로 26개 과제를 선정해 관련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선정작은 ▲ 기초과학 분야, '얼음화학 - 새로운 화학분야 연구' 등 12건 ▲ 소재기술 분야, '희토류 금속을 포함하지 않는 광소재 연구' 등 7건 ▲ ICT(정보통신기술) 융합형 창의과제 분야, '뇌신경을 모방한 차세대 컴퓨팅소자' 등 8건이다.
삼성그룹은 심사위원회의 면밀한 연구계획서 검토 및 해외 석학 자문 평가, 현장 실사 등 심사를 통해 지원 과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약 70여명의 국내 심사위원들이 며칠간 합숙하면서 기본개념을 점검하는 토론을 통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과제를 선정했다.
기초과학 심사위원장으로 참여한 국양 서울대 교수는며 "노벨 수상자 등 해외심사에 참여한 해외 석학들도 과제들의 질이 매우 높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밝혔다.
미래기술육성사업 과제 심사는 학사 일정과 연계해 매년 2회 진행된다. 올해 2차 사업은 6월 13일까지 접수받은 뒤 7월 서면심사를 통해 선정된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트위터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