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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첩첩산중 우리은행 매각] ② 토종 PEF 지분 인수 길 막혀,외국계엔 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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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모펀드는 '비금융주력자' 규정에 4% 이상 취득 못해
JP모간이 계열 PEF 활용해 우리은행 지분 사도 막을 방법 없어
한미은행 인수 당시 JP모간 코셰어(PEF) 활용



이 기사는 04월03일(11:3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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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우리은행 경영권 인수에 관심 있다고 표명했을 때 신 회장은 두 곳의 외국계 파트너를 거론했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JP모간과 호주 최대 금융기관인 맥쿼리다. 한국금융지주, 미래에셋금융그룹 등 다른 금융 전업사들도 엄격한 금융주력자 규정 탓에 우리은행 지분 매각 입찰에 뛰어들려면 외국계 금융기관을 컨소시엄 구성원으로 잡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비해 지난해 32조원의 자금을 확보, 국내 M&A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토종 사모펀드(PEF)는 우리은행 인수전에선 아예 배제된 양상이다. 경영권 인수는 커녕, 국내 기업의 재무적 파트너로도 함께 하는 게 사실상 봉쇄돼 있다. 은행 지분을 살 수 있는 일종의 자격 요건인 금융주력자 요건이 상대적으로 외국 금융기관에 관대해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은행 지분 투자도 못하는 토종 PEF
우리은행 인수 후보는 은행법에 따라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 금산 분리의 원칙이 적용돼 금융업을 전업으로 하지 않는 곳은 지분 4% 이상을 취득할 수 없다. 경영 사항에 관여하지 못하는 순수한 재무적 투자자로서만 지분을 취득하라는 얘기다.

은행법은 비금융주력자를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사모펀드에 관해선 제15조 3항 ‘사모투자전문회사등의 주식보유에 대한 승인’ 등의 규정을 별도로 만들어 놨다. 요지는 이렇다. 금융업에만 투자하는 사모펀드가 아니면 비금융주력자라는 것이다.

보통 하나의 사모펀드가 조성되면 금융 회사를 비롯해 제조, 서비스업 등 다양한 기업에 투자한다. 금융업 전업 사모펀드란 존재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를 피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우리은행 인수만을 위한 프로젝트형 펀드(투자 대상이 확정된 상태에서 조성하는 펀드)를 조성하는 것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예컨대 2~3개의 블라인드펀드(투자 대상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조성된 펀드)를 굴리는 A라는 사모펀드 운용회사가 우리은행 인수를 위해 B라는 금융 전업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고 하자. A는 은행법 규정을 피하고 B와 컨소시엄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프로젝트형 사모펀드를 만들게 되는데 이때 A는 기존 블라인드펀드에서 일정액을 신규 펀드에 투자할 수 밖에 없다는 난관에 봉착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기존 펀드에 돈을 댄 출자자들에게 투자 기회를 제공치 않은 것이 돼 선관의 의무를 져버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미 비금융주력자로 규정된 기존의 블라인드펀드가 투자하므로 신규 프로젝트펀드는 비금융주력자로 ‘오염’된다.

경남은행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MBK파트너스가 결국 컨소시엄 참여를 포기할 수 밖에 없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투자가 원천 봉쇄돼 있다고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 등 우리은행 지분 매각측에선 사모펀드가 지분 4% 미만을 사면 되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으나 이것 역시 자본시장법상 사모펀드의 역할 규정에 저촉된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자본시장법에 반드시 지분 10% 이상을 사거나 그 이하로 살 경우에 이사회 참여 등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루트를 마련하도록 규정돼 있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이사회에 참여하려면 적어도 10% 이상을 사야하는데 그러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하고, 사모펀드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비금융주력자 규정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국계엔 관대한 은행법
그렇다면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은행 지분 인수는 어떨까. 내국인에 적용되는 기준과 가장 큰 차이점은 분류법이다. 내국인은 법인, 기관, 개인, 사모투자전문회사 등으로 나눠 금융주력자 여부를 세세하게 규정해놨지만 외국 금융기관은 ‘외국인’ 혹은 ‘외국 은행’으로 통칭하고 있다. 외국계 사모펀드에 대해선 이렇다할 규정이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은행법 제16조 5항은 ‘외국은행에 대한 특례’ 규정을 두어 동일인 규정도 피할 수 있도록 했다. ‘제15조(동일인의 주식보유한도 등)1항은 동일인은 은행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10을 초과하여 은행의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쉽게 말해 JP모간같은 누구나 인정하는 금융 기관은 우리은행 지분을 4% 이상, 더 나아가 10% 이상(이럴 경우 대주주 적격 심사를 받아야 함)도 취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역차별의 요소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JP모간만해도 미국계 대형 사모펀드인 칼라일과 한미은행을 공동 인수하면서 계열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셰어를 활용한 전력을 갖고 있다. 2000년 가을 칼라일은 4억5000만달러에 한미은행을 인수하면서 JP모간과 50대 50으로 투자하겠다고 금융감독위원회를 설득했다.

칼라일은 사모펀드가 시중은행 최대 주주가 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내로라하는 미국 금융기관인 JP모간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JP모간이 칼라일 컨소시엄에 투자한 돈은 계열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셰어에서 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상 외국계 사모펀드들끼리의 은행 인수였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현 은행법 체제 아래에선 14년 전 한미은행의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교보생명 등 비은행 금융 전업사들이 JP모간 등 외국계 은행들을 끌어들일 때 그 돈이 JP모간에서 나오는 지, 아니면 한미은행 때처럼 계열 사모펀드에서 나오는 돈인 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연기금 돈을 받아 운용하는 토종 사모펀드들이 은행 지분 소유와 관련해선 외국계 금융기관보다 훨씬 불리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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