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퍼링으로 국채값 빠른 하락세
투자자, 회사채·지방채 비중 늘려
하이일드 채권 3개월 수익률 S&P500보다 안정적
[ 뉴욕=유창재 기자 ] 미국 채권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1월부터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에 나섰고, 내년에는 기준금리도 올릴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다. 투자자들은 금리 인상으로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미 국채 비중을 줄이는 대신 회사채, 지방채 등 다른 채권상품 비중을 늘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투자등급 미만의 회사채를 일컫는 하이일드 채권(정크본드)의 투자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존 매케이 모건스탠리 웰스매니지먼트 채권전략가는 “하이일드 채권은 연 7% 이상의 고정적인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재로서는 부도 위험도 낮기 때문에 다른 채권 상품보다 경쟁력이 높다”고 말했다.
춤추는 국채수익률 곡선
Fed 출구전략의 가장 큰 희생양은 10년 만기 국채다. Fed가 양적완화를 위해 작년까지 한 달에 450억달러어치씩 사들이던 10년물 국채 매입량을 1월부터 한 달에 50억달러씩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가을에는 국채 매입이 완전히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올해 미 경제성장률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자 10년물 국채 가격은 빠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5월 연 1.63%까지 떨어졌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현재 연 2.8% 수준으로 오른 상태다. 채권 가격은 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인다.
이에 따라 그동안 평평한 모습을 나타내던 미 국채수익률 곡선(yield curve)이 올초 가팔라졌다. 투자자들이 단기 국채로 옮겨 타면서 단기 국채와 장기 국채 간 금리 차가 커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기 국채도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고 분석한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이 지난달 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기준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18일까지 연 0.35%에 불과했던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단숨에 연 0.5%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옐런 의장이 31일 진화에 나서면서 단기 국채 가격은 다소 안정을 되찾았지만 당분간 국채시장의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이일드 채권, 왜 매력적인가
미국 투자자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채권 투자 비중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렸다. 지난해부터 주식으로 많이 이동하고는 있지만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대전환(great rotation)’이 현실화하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분간 채권 비중을 높게 유지할 것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이변이 없는 한 국채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채권 비중을 유지하기 위해 회사채, 그중에서도 하이일드 채권 비중을 높이고 있다.
펀드조사회사 리퍼에 따르면 지난 1분기 34억2000만달러가 하이일드 채권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하이일드 채권 평균 가격은 달러당 103.32센트에서 104.5센트로 올랐다. 3개월 동안 이자 수익을 포함한 총 수익률은 2.98%로 S&P500 수익률인 1.3%보다 높았다. 투자 전문가들은 적어도 내년까지는 하이일드 채권이 안전하면서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장할 것으로 분석한다.
샤르민 모사바르-라흐마니 골드만삭스 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회사채 발행 물량의 대부분은 낮은 이자로 갈아타기 위한 재융자(리파이낸싱)라는 점 △내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 비중이 전체 유통 물량의 8%에 불과해 당분간 부도 위험이 적다는 점 △하이일드 채권 발행 기업은 대부분 미국 국내 매출 의존도가 높은데 미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 △국채수익률이 여전히 낮아 국채와 하이일드 채권 사이의 금리 차(스프레드)가 크다는 점 등을 하이일드 투자의 장점으로 꼽았다.
하이일드 투자 타이밍이 중요
하지만 하이일드 채권의 매력도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국채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국채와의 스프레드가 줄면서 하이일드 채권에 대한 수요도 감소하게 된다. 자연히 채권 가격도 하락한다. 따라서 거시경제와 통화정책에 따른 금리 움직임을 면밀히 분석해야 성공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상품별 투자 위험도 잘 살펴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채권자를 보호하지 않는 이른바 ‘코브라이트(cov-lite)론’ 발행량이 급증해 규제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비우량(서브프라임) 대출 자산을 묶은 파생상품도 늘어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촉매제가 됐던 상품이다.
신용 버블 조짐이 나타나면서 규제 당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니얼 타룰로 Fed 이사는 최근 “Fed가 통화정책을 통해 신용 버블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버블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조기에 인상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는 채권시장에 변동폭을 키워 투자자들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
■ 하이일드 채권
high yield bond. 투자등급 미만의 회사채로 ‘정크본드’라고도 부른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이다보니 투자등급 채권보다 보통 연 1.5~3%포인트 높은 이자를 지급하는 게 특징이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으로는 BBB, 무디스 기준으로는 Baa 등급 미만의 채권을 하이일드 채권으로 분류한다. 여러 회사채에 분산 투자하는 뮤추얼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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