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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기업 1년반 새 18개 인수…'벤처군단' 결성
이상혁 "작은 물고기들 뭉쳐 고래의 꿈 꾼다"
[ 임근호 기자 ]
다음 네이버에 이어 모바일 광고 시장 3위 업체인 퓨쳐스트림네트웍스(광고 브랜드 ‘카울리’)가 지난달 17일 옐로모바일이란 벤처기업에 인수됐다. 이름 없는 벤처가 갑자기 나타나 인지도 높은 광고 업체를 인수하자 업계는 깜짝 놀랐다. 그러나 옐로모바일로선 이번이 벌써 18번째 스타트업 인수다.
옐로모바일이 공격적인 기업 인수로 벤처 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다음의 로컬서비스 본부장 출신인 이상혁 대표(42)가 2012년 8월 설립한 옐로모바일은 지난 1년6개월간 굿닥(병원 검색·예약) 나우마케팅(앱 설치형 광고업체) 쿠폰모아(쿠폰마케팅) 1km(위치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18개 초기 벤처기업을 인수했다. 벤처 업계에선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국내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리콘밸리식 인수합병(M&A) 문화가 정착될 것이란 기대와 함께 너무 급하게 몸집을 불렸다가 갑자기 거품이 빠져 벤처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상혁 대표는 “주변의 우려를 잘 알고 있지만 이는 회사 구조를 잘 모르는 데서 생긴 오해”라며 “옐로모바일은 기업가정신을 가진 사람들끼리 뜻을 모아서 서로의 장점을 살려가며 함께 성장하는 ‘기업가정신의 연합체’ 같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인력과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따로따로 떨어져 있으면 한 군데도 살아남기 힘들지만, 서로 힘을 합치면 다 같이 생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를 “작은 물고기들이 뭉쳐 고래의 꿈을 꾸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매출 230억원과 영업이익 70억원을 올린 옐로모바일은 올해 매출 750억원, 영업이익 220억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내년에는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임진석 옐로모바일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옐로모바일에 인수된 기업은 독자적 경영을 계속해나가면서 인수된 기업들이 서로 돕는 가족 같은 분위기를 지향한다”며 “인수로 덩치만 키우려고 하는 기업사냥꾼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임 CSO 자신도 병원 검색·예약 스타트업 굿닥을 세웠다가 지난해 7월 옐로모바일에 인수되면서 합류한 경우다.
옐로모바일의 기업 인수는 ‘지분 교환’ 방식으로 이뤄진다. 옐로모바일은 인수 회사 지분을 100% 매입하고 인수된 회사의 대표는 유상증자 방식으로 옐로모바일 지분을 일정 비율 가져간다. 피인수 기업의 지분 일부를 벤처캐피털이 들고 있어 이를 매입할 경우에만 현금이 소요된다.
옐로모바일이 지난해 9월 DSC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투자받은 100억원은 이렇게 벤처캐피털에 현금을 돌려주고 지분을 가져오기 위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피인수 기업 대표는 “이 대표가 처음 찾아왔을 때는 너무나 황당한 계획이라 사기 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하지만 이후 몇 번이고 찾아와 비전을 제시하는 노력에 설득당하고 말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옐로모바일에 인수된 회사들은 서로의 앱에 자사 서비스를 광고하는 ‘크로스마케팅’을 펼치거나 기술을 공유하기도 한다. 임 CSO는 “400여명의 피인수 회사 구성원이 서로의 경험과 고민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외로운 벤처기업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큰 기업들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및 인수를 꺼리는 한국 상황에서 옐로모바일의 사업 모델은 신선한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옐로모바일의 지분을 나눠주고 기업공개(IPO) 시 과실을 나눠갖는 모델은 열심히 회사를 일구더라도 결실을 맺기 어려운 벤처기업 대표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한 가지 핵심 서비스 없이 마구잡이로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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