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이탈리아 / 김경석 지음 / 21세기북스 / 288쪽 / 1만6000원
[ 김인선 기자 ]
치테리오는 세계 최고급 가구를 만드는 이탈리아의 가구 회사다. 종업원이 12명에 불과하지만 연간 350만유로(약 52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눈에 띄는 점은 한두 명을 제외하곤 직원 모두가 중졸 미만이라는 것. 줄리오 치테리오 사장의 최종 학력도 중졸이다. 그는 “고급 가구를 만들기 위해선 고학력보다는 숙련된 기술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탈리아 중학생의 55%는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해 기술을 익힌다.
《메이드 인 이탈리아》는 세계 유수의 강소기업을 키워낸 이탈리아의 경제를 파헤친 책이다. 바티칸 주재 한국대사인 저자는 20여년간 이탈리아에 머물며 그곳의 경제·산업·정치·노동·교육 현장을 바라봤다. 이탈리아의 경제, 중소기업의 특징, 산업 클러스터, 한국에 주는 시사점 등을 5장에 나눠 담았다. 그중 3장과 4장에 실린 이탈리아의 강소기업과 산업 클러스터 부문은 국내 중소기업이 눈여겨볼 만하다.
이탈리아 중소기업은 강하다. 2010년 기준으로 농업을 제외한 이탈리아의 전체 기업은 446만개. 그중 99.9%가 중소기업인데, 전체 산업인구의 81.8%를 고용하면서 총부가가치의 69.6%를 창출한다. 전체 기업의 99.9%를 차지하면서 86.8%의 종사자를 고용해 47.7%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국내 중소기업과는 격차가 크다.
이탈리아 중소기업은 종종 말벌에 비유된다. 도저히 날 수 없는 작은 날개를 가진 말벌이 초당 230회에 이르는 빠른 날갯짓으로 날아다니는 것처럼 이탈리아 중소기업들도 작은 규모지만 끊임없는 혁신으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저자는 “규모가 작은 기업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유연성 있게 수요자의 기호에 부응하면서 다양한 고급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탈리아 강소기업을 만들어내는 또 다른 요인은 일에 대한 자부심과 천직 의식이다. 저자는 “세계적 명품인 프라다 핸드백이나 구두, 한 벌에 5만유로(약 7500만원)나 하는 키톤 양복, 최고급 스포츠카인 페라리(사진)가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지는 이유는 한우물을 파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천직 의식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지는 세계적인 명품은 짧게는 10년, 길게는 수십년 동안 경험을 쌓은 장인들의 감각적인 손끝에서 만들어진다.
이탈리아 중소기업은 동종 기업이 지리적으로 모여 형성된 클러스터를 통해 더욱 탄탄하게 자리 잡았다. 클러스터는 이탈리아 전역에 걸쳐 200여개에 이르며 상호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규모가 작은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
저자는 “과거 일본이 이탈리아 산업을 배우려 노력했고, 현재는 중국이 그러는 것처럼 이탈리아의 산업과 경제는 우리 중소기업의 대외 경쟁력 제고와 체질 개선을 위해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