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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조사 끝나
피해 입증 쉽고 소송해야 배임책임 벗어
기업 이어 개인도 제기…현재 10여건 진행 중
[ 배석준 기자 ] 대림비앤코, 고령기와 등 12개 도자기 업체들이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사인 E1을 상대로 LPG 공급 가격 담합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낸 사실이 24일 확인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09년 국내 가스공급 업체 6곳에 LPG 판매 가격 담합 과징금을 부과한 데 따른 후속 피해 보상 소송이다.
LG전자와 LG화학 등 LG그룹 계열사 네 곳이 유류할증료 담합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국내외 12개 항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다음달 14일 변론기일이 잡혀있다. 이 같은 기업들의 담합 관련 소송이 각 법원에서 10여건이 진행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부과조치를 받은 기업들을 상대로 손해를 배상하라는 줄소송이 제기되면서 기업들에 ‘담합소송 비상’이 걸렸다.
담합소송이 최근 1~2년 새 부쩍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법정에서의 승소 가능성을 최근에야 확인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법조계 분석이다. 공정위는 2000년 SK에너지 GS칼텍스 등 정유 5개사가 1998년부터 3년간 군납유류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통해 부당 이익을 취했다는 이유로 190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를 근거로 방위사업청은 당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지난해 8월 1355억원의 배상이 최종 결정됐다.
박해식 율촌 공정거래팀장은 “군납유류 소송에서 피해 기업들이 승소한 것이 알려지면서 담합소송이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담합소송은 위법성을 입증하기가 용이하다는 점도 소송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일차적으로 공정위에 의해 담합 혐의 조사가 끝난 뒤 그 결과를 근거로 소송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법정에서 다투는 과정에서 경제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손해액 산정도 어렵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담합피해를 입고서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배임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도 한 요인이다. LS 대한전선 가온전선 삼성전자 등 특수 전선 독점생산 업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한국전력이 대표적 사례다.
담합을 자백한 업체에 과징금을 감면해주는 리니언시 제도도 손해배상 청구소송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LG 4개 계열사는 항공화물운임 담합 사건 리니언시 업체인 대한항공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더 큰 문제는 한 번 담합이 적발되면 소송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는 점이다. 개인택시업자 3만1380명이 E1 SK가스 SK(주) 등을 상대로 1인당 10만원씩 총 31억38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에는 소송 주체가 기업에서 개인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여기에 해외 피해자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박영욱 세종 공정거래팀 변호사는 “담합에 한 번 걸리면 행정조치, 검찰 기소, 민사소송에 이어 외국 소송까지 끝없이 이어진다”며 “담합 소송을 정리하는 데 10년은 걸린다”고 말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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