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지연 기자 ] 헬스케어·뷰티 주식이 달라졌다. 제약과 화장품은 내수를 넘어 수출주로 진화하고 있다. 기대감이 상승동력(모멘텀)이었던 바이오 관련주들은 실적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의료기기업체들도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서 고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한경닷컴]은 2014년 헬스케어·뷰티 산업의 전망을 시작으로 모멘텀 부각이 기대되는 주요 종목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사모님, 예뻐지는 크림 구경하세요." 1960~1970년대 초록색 모자에 사각형 가방을 멘 '아모레 아줌마'는 골목길을 누리며 대문을 두드렸다. '아모레 아줌마'가 사는 이야기와 함께 화장품을 늘어놓으면 '사모님'들은 지갑을 열었다.
이들은 아모레퍼시픽(아모레)의 성장 동력이었다. 아모레는 3만7000명의 방문판매원을 통해 국내 화장품 업계 1위로 도약했다.
골목길 대문을 두드리던 아모레가 이번엔 해외시장의 문을 열고 있다. 국내 대표 화장품 방문판매 기업이 올해 '글로벌 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아모레의 변신에 합격점을 줬다. 동남아시아, 일본, 유럽, 미국 등 잇따른 해외사업 강화에 힘업어 주가는 올 들어 지난 21일까지 20.4% 치솟았다.
◆ 해외 진출 가속화…"사업 비중 50%로 늘린다"
글로벌 기업으로의 변신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중국 상해. 분홍빛 간판 아래 1000여명의 중국 소녀들이 길게 줄을 이었다. 아모레 브랜드숍 '에뛰드하우스' 상하이 1호점 오픈 소식을 듣고 몰려든 고객들이다. 중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를 통해 10만 명 이상의 친구를 확보했다. 상하이점 개점 이후 중국 IFC몰, 글로벌하버, 래플스씨티 등 상하이 최대 쇼핑몰에 연이어 입점했다.
현재 아모레는 중화권, 일본, 북미, 서유럽, 동남아시아 등지에 진출해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글로벌 사업 매출은 5399억 원. 전년보다 27.8% 증가했다. 특히 중국 사업은 29.1%,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은 64.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중국, 미주, 프랑스를 3대 축으로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며 "향후 문화·경제적 유사성 및 지리적 근접성에 기반해 새로운 권역에도 순차적으로 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모레는 올해부터 해외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글로벌 진출 확대를 위해 본사와 해외법인 간 업무 프로세스와 브랜드 중심의 조직 체계를 재정비했다. 해외 직원의 90% 이상을 현지인으로 채용하는 등 현지화 전략에도 집중하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 회장은 연초 시무식에서 "2020년까지 5대 글로벌 챔피언 뷰티 브랜드 육성과 글로벌 사업 비중 50% 달성을 실현할 것" 이라며 "올해는 2020년 비전 달성의 초석을 다지는 해"라고 밝혔다.
◆ 증권가, 올 실적 기대…해외사업 이익 흑자전환
증권가에선 올해 아모레의 실적 개선을 이끌 성장동력으로 해외사업을 꼽았다. 지난해 구조조정 등으로 부진했던 해외사업 실적이 본격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다.
아모레는 지난해 적자를 냈던 마몽드 매장 구조조정에 나섰다. 올해까지 중국에서 백화점에 입점한 100여개의 마몽드 매장을 닫을 계획이다. 수익률이 낮은 마몽드 브랜드 정리를 통해 이익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
오는 4월에 상하이 신공장이 문을 열고, 브랜드숍 이니스프리와 에뛰드가 매장 확대를 이어가는 것도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조현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해외 화장품 매출은 전년보다 46.3%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할 것" 이라며 "마몽드 구조조정 완료와 브랜드숍들의 매출 기여가 실적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홍콩법인에 대한 지분을 확대한 것도 올해 실적 개선을 이끌 요소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홍콩 조인트 벤처(AMOREPACIFIC HONGKONG) 지분율을 30% 에서 77%로 늘렸다. 47% 지분에 대한 인수금액은 160억 원. 홍콩법인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25%, 90% 늘어난 848억 원, 112억 원이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올 1월 실적부터 연결 계상된다" 며 "홍콩시장 내 브랜드 및 채널 다각화를 통해 추가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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