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희진 기자 ]
"'외국계' 증권사라서 필요한 것들이 있는데, 광화문엔 전부 다 있어요. 여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광화문을 뜰 수 없는 이유입니다." (M증권사 관계자)
20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 이른 아침부터 파란 눈의 '넥타이 부대'가 바쁜 걸음을 옮겼다. 이 근처에 집중 포진해 있는 외국계 증권사 직원들이다.
서울파이낸스센터에만 노무라증권, 메릴린치증권, UBS증권, RBS아시아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 4곳이 입주해 있다. 근처 흥국생명빌딩에선 골드만삭스증권과 모건스탠리증권, S타워엔 한국SG증권과 CIMB증권이 영업중이다. 영풍빌딩에는 도이치증권이 자리잡고 있다. 모두 광화문역에서 1km 정도 떨어져 있다.
1990년대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증권사들이 첫 본거지인 '광화문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전통의 광화문 vs 고속 발전 여의도
현재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외국계 증권사 21개 중 18개가 광화문 인근에 본사를 두고 있다. 강남파이낸스센터에 있는 BOS증권을 제외하면 여의도에 있는 외국계 증권사는 다이와증권, CLSA코리아 두 곳뿐이다.
외국계 증권사는 1990년대 한국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대부분 광화문에 둥지를 잡았다. 당시만 해도 광화문은 교통, 숙박시설, 통신 인프라의 중심이었다.
M증권사 관계자는 "해외 본사와의 연락을 위해서 통신 인프라가 필수" 라며 "1990년대 당시 외국계 증권사가 사용할 만한 인프라 구축이 가능했던 곳은 광화문 인근 빌딩 뿐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여의도가 고속 발전했지만 외국계 증권사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여의도엔 2009년 지하철 9호선이 개통했고, 2년 전에는 초대형 오피스빌딩인 서울국제금융센터가 문을 열었다. 근처에는 고급 호텔도 들어섰다.
월세만 비교해도 여의도 쪽이 저렴하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3월 현재 광화문과 여의도 대형 빌딩의 평균 임대료는 전용면적 3.3㎡당 각각 월 23만2118원, 21만9759원이다. 1만2000원 정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외국계 증권사들은 "탈광화문행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래도 일편단심 '광화문', 왜?
광화문을 고집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객과의 접근성' 때문이다. 외국계 증권사의 주 고객인 은행과 대기업 본사들은 대부분 광화문과 시청 등 서울 중심가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각국 대사관 등 외국계 증권사에 유용한 기관들도 광화문과 가까운 곳에 있다.
아시아계 증권사 직원 김모씨는 "지난 몇 년간 여의도의 교통이나 시설들도 발전했지만, 굳이 고객사들을 곁에 두고 비용을 들여 여의도로 옮길 이유는 없다" 며 "사무실 이전 계획이 있어도 대개 광화문 주변을 고려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업무를 끝낸 해외 손님들에게 이순신 동상 앞 사진 찍기는 필수 코스" 라며 "근처에 관광지나 볼거리가 많은 점도 해외 손님을 맞아야 하는 한국 직원들에게 좋은 점"이라고 귀띔했다.
스위스계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출장이나 해외 손님 방문이 많기 때문에 교통과 숙박시설이 중요하다 "며 "서울역과 지하철 3개 호선은 물론 특급호텔까지 회사와 가까이 있어 편한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조금 비싼 월세를 주더라도 여의도보다는 광화문을 선호하는 배경이다. 정동훈 원빌딩부동산 팀장은 "회사들이 사무실 위치를 선정할 때는 월세보다 사업 특성과 주변 환경을 더 많이 고려한다" 며 "광화문과 여의도는 지역적 특성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월세가 조금 더 싸다고 해서 사무실을 이전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희진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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