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하 기자 ]
이스트아시아홀딩스가 대규모 '물량 폭탄'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 상환에 대비해 담보로 설정해 놓은 주식 1310만8800주가 시장에 풀릴 수 있어서다.
19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스트아시아홀딩스는 지난 17일 정강위 대표이사 겸 최대주주의 보유 주식 1310만8800주(지분 41.78%) 전량에 대한 담보계약을 체결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중국 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른 바 '차이나 디스카운트'.
일부 중국 기업 가운데 채무상환을 못해 대주주 지분이 담보 매물로 나올 상황에 처하거나 대주주가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보유 지분을 넘기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 곳들이 있다.
이스트아시아홀딩스는 올 1월20일 현대증권과 우리종합금융, 현대저축은행, 하나은행(마이애셋 찬스 사모증권투자신탁 제3호 수탁자) 등 국내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 정강위 대표의 보유 주식을 담보로 설정하는 계약을 맺었다. 같은달 26일 200억 원 규모의 BW 상환을 요청받았지만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국내 기관 채권자들은 지난 14일 사채원리금 미지급이 발생함에 따라 담보로 제공한 주식의 처분권을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처분 가능한 보유 주식은 1573만560주(지분 52.04%). 채권자들은 보유 목적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가로 변경하고 사채 원리금 회수를 위해 상환 요청을 하고 있다.
회사 측은 "중국 외환관리 당국의 국외 송금 승인이 지연되면서 원리금 상환에 차질이 발생했다" 며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일을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스트아시아홀딩스의 설명에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비슷한 사례가 다른 중국기업에서도 여러 차례 일어난 적이 있기 때문.
불과 1년 전, 중국원양자원에도 '판박이' 같은 일이 터졌다. 중국원양자원은 지난해 3월5일 BW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했고 국내 금융기관인 채권자들은 담보권을 행사했다. 담보는 장화리 대표이사 겸 최대주주의 지분이었다.
350억 원 규모의 BW 상환 채무에 대한 담보로 장화리 최대주주는 보유한 주식 3026만6904주(지분 43.11%)를 제공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의 담보권이 '실제로' 행사됐다. 대규모 물량 폭탄으로 인해 주가가 요동쳤다.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개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 채무의 경우 조달 금액의 3배수 수준을 담보잡는 게 일반적이다. 담보권을 행사한 채권자들은 주가가 3분의 1 토막이 나기전까지는 부담없이 물량을 털 수 있는 것.
중국원양자원은 당시 "외환당국의 규제로 인해 한국으로의 송금이 제한됐다"고 해명했다. 회사 측은 상환 능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상환 능력의 문제가 아닌 절차상의 문제라고 투자자들을 안심시켰지만 그 후 대주주 지분은 절반 이상 줄었고, 채권자인 국내 기관들은 모두 '탈출(엑시트)'했다. 1년이 흐른 뒤 최대주주인 장화리 대표의 보유 주식(지난 5일 기준)은 1173만5727주(지분 15.32%)다.
대주주가 블록딜로 보유 지분을 넘기는 일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주가가 급등한 씨케이에이치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장내에서 주식을 사들일 때 회사 최대주주는 시간 외로 지분을 팔았다. 이 회사의 왕위에런 대표이사 겸 최대주주는 지난달 26일과 27일 이틀 동안 보유 주식 중 640만주(지분 8.00%)를 시간 외 매매로 처분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식시장을 총괄하는 한국거래소나 증권회사들은 중국 기업들의 '차이나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게 투자자들의 색안경 탓인지 진짜 문제가 있기 때문인지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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