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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각자 대표' 확산…오너·전문경영인 역할 나눠 '속도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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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분석

덩치커진 기업들 "나홀로 경영으론 어렵다"

LG전자·현대모비스·아시아나 등 잇단 도입
삼성전자 등 사업 영역별로 각자대표 맡기도



[ 정인설 / 남윤선 기자 ]
단독 대표에서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나홀로 대표’로는 인수합병(M&A)과 사업 확장으로 커지는 기업을 제대로 이끌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오너와 전문경영인 간 역할 분담을 통해 ‘한국식 스피드 경영’의 강점을 살리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1년 새 대기업들이 잇따라 단독 대표 대신 각자 대표 체제를 선택하고 있다. LG전자와 LG상사가 지난 14일 주주총회를 통해 단독 대표에서 각자 대표로 바꿨다. 같은 날 현대모비스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단독 대표에서 정 회장과 정명철 사장의 각자 대표 체제로 변경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27일 주총을 통해 단독 대표 체제에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김수천 사장의 각자 대표로 바꿀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를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에 있는 정석기업의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업계는 기업들이 각자 대표 체제를 도입하는 가장 큰 배경으로 경영 효율 제고를 꼽고 있다. 기업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경영 책임을 함께 지도록 함으로써 오너와 전문경영인 체제의 강점을 동시에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속한 경영 판단이 중요한 그룹 지주회사나 핵심 계열사들 중 각자 대표를 선택하는 곳이 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LG그룹의 지주사인 (주)LG와 (주)두산을 비롯해 각 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현대차롯데쇼핑, GS건설 등을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전문경영인이 각자 대표를 나눠 맡는 기업들도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3월 권오현 부회장 단독 대표 체제에서 권 부회장과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의 3인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권 부회장이 명목상 회사를 대표하면서 부품(DS) 부문을 총괄하고, 윤 사장과 신 사장이 소비자가전(CE) 부문과 모바일(IM) 부문을 각각 책임지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사업 영역 분화로 각자 대표 체제를 도입하는 기업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다. 화학기업인 LG화학SK케미칼 등은 오래 전부터 여러 명의 최고경영자(CEO)급 인사가 전문화된 사업을 각각 대표하고 있다. 이마트와 STX조선해양도 작년 11월 이후 사업 영역을 특화하기 위해 전문경영인들에게 각자 대표를 맡기고 있다.

LG상사는 국내외 영업과 회사 경영 일반을 나누기 위해 각자 대표를 선택했다. 이번 주총에서 각자 대표를 맡은 이희범 부회장이 해외 영업을 책임지고 같은 각자 대표인 송치호 부사장이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아 내부 살림살이를 담당한다.

각자 대표 체제는 금융 업종으로도 확대되는 추세다. 대표 간 역할을 나눠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미래에셋증권과 메리츠증권은 2012년 단독 대표 체제를 버리고 각자 대표 체제로 변경했다.

전문가들은 각자 대표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사람이 대표를 맡아 끌고 가기엔 국내 기업 규모가 너무 커진 데다 사업 영역이 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이사를 비롯한 등기임원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규가 바뀌는 것도 각자 대표가 늘어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전삼현 숭실대 법대 교수는 “경영자의 배임과 횡령을 엄벌하는 쪽으로 사회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만큼 경영자의 권한을 나누는 각자 대표 체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표간 견제와 균형 필요"…공동대표로 바꾼 기업도

각자 대표에서 공동 대표 체제로 전환하는 기업도 있다. 최고경영자(CEO)가 독단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막아 대주주나 전문경영인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도모하자는 취지에서다.

현대산업개발의 자회사인 현대EP가 대표적 사례다. 현대EP는 작년 말 이건원 단독 대표 체제에서 이건원·강창균 공동 대표 체제로 바꿨다. 소재 부문에 강한 강 대표를 중용하면서 공동 대표 체제를 택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현대HCN도 지난해 12월 강대관 사장 단독 대표 체제에서 강 사장과 유정석 부사장의 공동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유유제약 역시 지난 3일 단독 대표 대신 공동 대표 체제를 택했다.

공동 대표 체제는 일반적으로 인수합병(M&A)이 잦은 코스닥 상장사가 택하는 방식이다. 2대 주주나 3대 주주 측에서 최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 각자 대표

복수의 대표이사가 대표 권한을 독립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경영 체제.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여 경영 효율을 꾀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 공동 대표

두 명 이상의 대표이사가 모두 합의를 한 뒤 공동으로 서명해야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체제. 단독 대표나 각자 대표의 전횡을 예방할 수 있다.

정인설/남윤선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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