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사용자 취향에 맞춰 관심 정보만 골라 요약
광고도 콘텐츠
기사와 따로 실어 각각 몰입도 높여
사용자 벌써 1억명…기업가치만 8억달러
[ 박병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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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이제 ‘큐레이션’ 시대
벤처 사업가였던 마이크 매큐 플립보드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에서 개발자로 일했던 에번 돌과 함께 2009년 플립보드를 설립했다. 시장에 콘텐츠는 넘쳐 흐르지만 막상 소비자가 관심있는 콘텐츠를 찾기는 어렵다는 점에 착안했다. 기존 뉴스 콘텐츠는 각 언론사의 웹사이트와 포털사이트를 통해 그날 생산된 뉴스를 한데 모아 뿌리는 유통 방식을 취했다. 오프라인 신문, 잡지를 단순히 웹으로 옮겨왔을 뿐 콘텐츠 대량 방출 방식을 버리지 못했다. 신문 기업들은 기사를 생산하는 데는 익숙했으나 이를 적절히 가공해 온라인으로 전달하는 법에 대해서는 미숙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매큐와 돌이 선택한 방식은 ‘큐레이션’이었다. 큐레이션은 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이 작품을 수집하고 기획·전시하듯, 수많은 정보 중에서 가치 있는 것만을 골라 요약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플립보드는 뉴스, 잡지, 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수많은 온라인 콘텐츠 중 자기가 관심있는 것만 골라 구독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용자가 정보를 찾기 위해 들이는 수고를 줄였다. 동영상 큐레이션 서비스 매그니파이닷넷의 창립자 스티븐 로젠바움은 큐레이션을 “인간이 수집·구성하는 대상에 ‘질적인 판단’을 추가해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기사의 가치를 판단하는 ‘게이트 키핑’을 큐레이션을 통해 구현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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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마저 아름다운 앱
플립보드의 또 다른 특징은 유독 ‘아름다움’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잡스가 이 앱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앱’이라고 치켜세웠던 이유다. 매큐 CEO가 서비스의 심미성을 위해 갤러리로 사용하던 건물을 사무실로 임대했을 정도다. 플립보드는 마치 잡지를 넘기는 것처럼 물 흐르듯 구현되는 사용자환경(UI)을 갖추고 있어 종이책이 가지고 있는 오프라인의 ‘맛’을 살렸다. 콘텐츠의 편집 방식도 오프라인 잡지와 유사한 방식으로 보기 편하고 아름답다. 신문 기사는 물론 페이스북, 링크트인 등 SNS의 글까지 잡지처럼 멋지게 보여준다. 에릭 알렉산더 플립보드 부사장은 “잘나가는 잡지나 신문도 웹사이트나 스마트폰에서 보면 그저 줄글의 나열 같았다”며 “신문 기사를 신문보다 예쁘게 보여주는 것이 플립보드의 존재 목적”이라고 말했다.
플립보드의 아름다움 추구는 콘텐츠에 그치지 않는다. 심지어 광고까지 아름답게 만든다. 알렉산더 부사장은 “사람들은 덕지덕지 붙어 있는 인터넷 광고에 짜증을 내는 반면 패션잡지 광고는 보고 싶어한다”며 “광고도 콘텐츠의 일부로 여기고 볼거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플립보드가 다른 유사 서비스와 다른 점은 기사를 읽기 위해 스크롤하는 방식이 아닌 잡지나 신문처럼 한장 한장 넘기며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같은 특징은 완결된 형태의 전면광고를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보여준다. 기존의 배너광고가 기사 중간에 지저분하게 붙어 있어 읽기를 방해했다면, 플립보드는 기사와 광고를 아예 분리시키는 방법으로 독자가 기사와 광고에 몰입할 수 있게 했다. 자체적인 광고 사업부를 가지고 있는 플립보드는 광고 수익을 언론사와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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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벽’ 통해 아이디어 교환
플립보드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낸 것은 창의성을 북돋는 업무환경 때문이다. 플립보드는 창의적인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선 직급과 상황,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소통의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철학에 따라 사내에 카페를 설치해 직원 간 대화를 유도한다. 또 격의 없는 ‘산책회의’ ‘맥주회의’ 등을 열어 인턴사원부터 사장까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무실 한쪽에 생긴 ‘디자인의 벽’도 소통을 늘리기 위한 방책이다. 한쪽 벽면에 차기 플립보드 앱에 적용할 각종 디자인 가안을 붙여놓으면 직원들은 벽에 붙어 있는 디자인을 보고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전달한다.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플립보드지만 최근 강력한 도전에 직면했다. 큐레이션 서비스의 미래를 밝게 본 페이스북이 플립보드와 유사한 서비스인 ‘페이퍼’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페이퍼에 대항하기 위해 플립보드가 선택한 전략은 ‘몸집 불리기’다. 플립보드는 지난 5일 CNN이 가지고 있던 라이벌 업체 ‘자이트’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가격은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는 6000만달러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