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소속 관세사는 관세사 아니라고?
자의적 규정으로 회원등록 막아선 안돼
김의기 < 법무법인 율촌 고문·前WTO 참사관 >
다자무역체제가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 보호주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어 국제무역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로운 상태다. 국가의 모든 역량을 다해 이 위기를 헤쳐나가야 할 때 ‘로펌 소속 관세사는 관세사가 아니다’는 주장이 나와 걱정스러운 생각이 든다.
관세사가 로펌에서 일하는 것은 국내외의 관행이다. 법 이론과 경험에 강한 로펌과 관세통상의 전문지식을 갖춘 관세사가 함께 일을 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보게 된다. 통상 문제가 많이 생기다 보니 외국로펌 소속 관세사와 업무공조체제를 갖춰야 할 필요성도 긴급히 생기고 있다.
이런 점에서 오는 7월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관세사법 제7조의 2와 현행 관세사법 제15조를 들어 로펌 소속 관세사는 관세청에 관세사로 등록할 수 없고 따라서 관세사라는 명칭을 쓸 수 없다는 주장은 적법한 법 해석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 조항들은 관세사가 ‘영리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을 두는 이유는 관세사가 영리업무에 종사하면 관세사 본연의 업무를 등한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펌 소속 관세사들은 로펌에서 관세사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지 다른 영리업무에 종사하는 것이 아니다. 개정 관세사법의 적용 대상이 아닌 것이다.
이렇게 명백한 법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로펌 소속 관세사들은 관세사회 등록에 애로를 겪어 왔다. 법령이 아닌 자체 내규인 ‘관세사회 회칙’ 제6조에서 ‘등록을 한 관세사는 등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개업신고를 하여야 한다’고 자의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펌 소속 관세사는 독자적으로 개업하지 않고, 로펌에 취업해 로펌의 시설을 활용, 관세사 업무를 수행한다. 법의 어느 조항에도 관세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개업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기 때문에 관세사회 회칙 제6조는 명백한 위법으로 보인다. ‘관세사의 직무수행에 관한 고시(관세청 고시)’ 제3-3조에서 개업 신고 시 ‘사업자 등록증 사본’을 필수 제출 서류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 규정은 개업 관세사가 아닌 로펌 소속 관세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조항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동안의 행정관행도 로펌 소속 관세사의 관세사 직무 수행에 대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왔다. 지금까지 로펌 소속 관세사는 관세사회에 등록되지 않았지만 효율적으로 관세사 업무를 수행해 왔다. 로펌 소속 관세사가 관세청에 등록하고 로펌에 취업, 관세사의 업무를 수행함은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권장돼야 할 것이다.
보호주의 무역의 파고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최고의 인재를 최대한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개정 관세사법을 악용해서는 안 된다.
김의기 < 법무법인 율촌 고문·前WTO 참사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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