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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유니클로의 성공 비결…혁신·가격파괴·기업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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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시장 판도 뒤흔든 SPA



SPA의 대표 브랜드격인 유니클로는 어떻게 의류시장을 뒤흔들 수 있었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의류시장은 어떤 곳이었나. 팔아도 남지 않는 곳, 값만 비싼 곳, 경쟁이 치열해 시장이 포화된 곳이었다. 의류시장은 늘 ‘레드 오션’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이런 곳을 ‘기회의 땅’으로 봤다.

(1)혁신 - 고정관념 거부

유니클로, 갭 등 SPA 의류전문 브랜드들은 기존 의류업체들과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다. 생산, 유통, 판매 과정에서 일으킨 혁신이 바로 그것이다. 유니클로를 예로 들어보자. 이 회사는 원재료부터 판매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비용을 최소화했다. ‘원재료 따로, 디자인 따로, 생산 따로, 유통 따로, 판매 따로’로는 혁신을 일으킬 수 없다고 봤다. 기존 업체들의 경영방식을 따라 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본 것이다.

제조와 판매에서 단계가 많다는 것은 비용 증가를 의미한다. 단계마다 이윤을 붙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단계가 많으면 소비자의 기호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없다. SPA는 패스트 패션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디자인, 제조, 유통을 초스피드로 진행해야 한다. 안 팔리는 디자인을 재빨리 없애고 새 디자인을 채택하려면 일사불란한 의사결정과 실행이 필수다. SPA를 두고 일괄생산 체제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존 의류업체들은 이와 정반대였다. 위험분산을 위해 거꾸로 단계마다 별도 회사와 연계하는 전략을 폈다. 움직임이 둔하고, 변화에 늦을 수밖에 없었다.

(2)가격 파괴 - 시장 창출

SPA의 일괄생산 체제는 단 한 가지를 위한 것이었다. 가격 파괴. 모든 공정에서 원가를 줄인 데 그치지 않았다. 옷이라면 으레 들어갔던 화려한 디자인과 브랜드 로고를 과감하게 빼버렸다. 화려한 디자인과 브랜드 로고를 새기는 것은 모두 원가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봤다. SPA 의류가 ‘심플’해 보이는 이유다.

가격파괴를 가능케 한 중요한 부문이 또 있다. 바로 판매 전략이다. 유니클로는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의 직영점을 거부한다. 입점비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기존 의류 브랜드들은 대형 유통체인에 입점해야 ‘안면이 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입점해 출혈경쟁하는 전략이 상식처럼 여겨졌다.

심플한 디자인과 다양한 사이즈, 낮은 가격은 시장 판도를 바꿨다. 모든 거품이 빠지자 기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나빠졌고, 여론은 SPA로 쏠렸다. “이런 좋은 옷도 이 가격에 파느냐”는 목소리였다. 기존 브랜드들은 가격 거품 논란에 휘말려 판매량이 줄었다. 2만9000원짜리 옷은 불티나게 팔렸다.

유니클로는 다른 업체들도 변화시켰다. 기존 의류 브랜드들은 초기에 유니클로 등 SPA 브랜드를 우습게 봤다. 옷 장사를 저렇게 하다간 망한다는 시각이었다. 과시욕이 있는 소비자들의 기호를 무시한 채 브랜드 로고도 없이 허접하게 디자인한 옷을 누가 입느냐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유니클로 등은 보기 좋게 이런 편견을 깼다.

백화점 등 대형 유통전문점들은 유니클로 등이 불티나게 팔리자 거꾸로 입점을 요청했다. 유니클로 옷을 사려는 손님을 끌어들이는 집객효과를 이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요즘 대형 유통점에 가면 유니클로 매장이 가장 큰 것을 볼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매장 크기다.

(3) 기업가 정신 - ‘리스크’ 승부

시장 소비자들은 단 한 가지만을 생각한다. 누가 소비자의 이익에 가장 잘 봉사하느냐다. 소비자들은 이런 업체에 이윤을 보장해준다. 의류 소비자들은 가격 거품을 완전히 빼고, 심플하면서도 입기 편한 옷을 만든 유니클로에 매출 증가로 보상해줬다. 반대로 기존의 방식을 고집한 브랜드에는 손실을 안긴다. 이런 가격 파괴와 혁신이 없다면 소비자들은 과거의 것을 늘 높은 비용에 쓰게 된다.

유니클로 등의 혁신은 애초에 누가 하는 것일까. 바로 기업가다. 기업가는 포화됐다는 시장에서 새로운 결합과 기획, 조직, 판매를 만들어낸다. 기업가들은 늘 균형을 깨뜨려 나간다. 시장이 균형을 이뤘다 싶으면 누군가 나타나 판을 흔든다. 유니클로가 그랬고, 아이폰이 그랬다. 새로운 생산방식, 새로운 판매시장 개척, 새로운 재화 생산, 새로운 원료,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독점적 제품을 만들어 낸다.

기업가는 안정을 싫어한다. 우리 모두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물건인 전구, TV, 계산기, 컴퓨터, 스마트폰 등은 자기확신으로 가득찬 기업가들이 사업 초기만 해도 무분별하다는 비난을 무릅쓰면서 만들어낸 것이다. 발명 초기에는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이 없다. 유니클로 등 SPA도 마찬가지다.

SPA의 선구자 '유니클로'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와세다대서 정치·경제학 공부
유니클로 글로벌화 본격 시동

야나이 다다시(柳井正)는 패스트 리테일링 회장(65·사진)이다. 하지만 그는 패스트 리테일링이라는 기업명보다 ‘유니클로’라는 브랜드명으로 더 알려진 인물이다. 야나이 회장은 와세대대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공부했다. 그는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인 유니클로를 세계적 브랜드로 키워 명성이 높아졌다. 현재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러시아 프랑스 미국 등 14개국에 1300개의 매장을 오픈했다. 그는 특히 미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 2020년까지는 미국 내 유니클로 매장 수를 1000개까지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그는 2009년 월스트리트저널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5년 내 아시아 최고, 2020년까지 세계 1위 패션 소매업체로 성장할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그의 이런 포부 배경에는 패스트 리테일링의 눈부신 성장이 깔려있다. 지난해 그의 재산은 179억달러(약 19조원)로 손정의 소트트뱅크 회장을 제치고 일본 부자 1위에 올랐다. 그는 히로시마에 유니클로라는 브랜드로 첫 가게를 오픈한 뒤 갭이나 자라의 사업 모델로 급성장했다. 1997년 패스트 리테일링을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하고 2001년엔 영국에 첫 해외 매장을 열었다.

그는 65세까지 일하다 경영일선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얼마전 이를 철회했다. ‘주머니는 가벼워도 두 손은 무겁게’가 모토인 유니클로를 이끌고 있는 야나이 회장의 글로벌화 전략이 얼마나 주효할지 주목된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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