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태 정치부 기자,국회반장) 노회찬 전 의원(정의당)은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만 돌아오면 각계 여성들에게 축하편지와 함께 ‘장미 한송이’씩을 선물해왔다. ‘3월 8일을 명절처럼 보내는 세계 각국의 관례대로 축하와 다짐과 반성의 마음을 담아 장미꽃 한송이를 보낸다’고 취지를 밝히곤 했다.
노 전 의원이 갖고 있는 ’투쟁‘적 이미지와 매칭하기 쉽지 않는데다, “남자인게 부끄럽다"는 상투적 헌사(獻辭)도 남성들 입장에선 ‘전신을 스멀거리게 하는' 이물감(異物感)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의 장미꽃 선물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2005년부터 10년째 이어져온 연례 행사이다. 이 정도면 여권신장과 양성평등을 바라는 그의 진정성을 인정해줘야 할 것 같다.
17대 국회에 입성한후 호주제 폐지법안을 대표발의, 입법화를 주도한 것도 바로 노 전 의원이다. 여성계는 호주제 폐지시킨 공로로 그에게 감사패까지 안겨줬다.1908년 3월 8일 미국의 방직공장 여성노동자들의 참정권 요구를 기원으로 106번째를 맞은 올해도 그의 선물공세는 어김없이 이어졌다.
8일 노 전의원은 변영주, 임순례, 김일란, 홍리경 등 영화감독과 박영선, 한명숙, 심상성, 은수미, 진선미, 장하나 등 여성정치인들에게 장미꽃을 선물했다고 ‘리스트'를 공개했다. 이들의 공통점을 굳이 찾자면 영화감독들은 여성 인권문제 등을 주로 다뤘고, 여성정치인들은 저마다 진보적 색채가 짙고 노동, 인권문제 등에 의정활동의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공교롭게 16명의 새누리당 여성의원은 ‘선물리스트’에서 모두 빠졌다.
호기심 삼아 노 전 의원측에 올해 장미꽃 선물 리스트의 기준과 새누리당 여성의원이 모조리 빠진 이유 등을 물어봤다.
예전 그의 선물공세는 진영을 가리지 않고 꽤나 폭이 넓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어서다.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국회출입 여성기자들도 그의 ‘선물리스트’에 포함된 적이 있다.
노 전 의원측에선 “고맙습니다.구분없이 보냈는 데 누락된 분도 있을 수도 있겠지요”라고 응답을 해 왔다.
노 전 의원은 대법원으로부터 지난해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은후 지난 2월 복권됐다. 대법원은 그가 삼성 X파일 사건으로 ‘떡값'수수 검사들의 실명을 인터넷에 공개했다는 이유로 의원직 상실(징역4개월 집행유예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었다.
진보진영을 대표한 TV토론 등에서 무수한 ‘노회찬 어록'을 남겼던 스타급 정치인인 그가 어떤 모습으로 현실정치에 복귀할지,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과 통합진보당 해산청구 등 진보정당의 위기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등에 정치권의 눈과 귀가 향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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