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희 기자] 로맨틱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의 이민기와 김고은은 없다. 오직 치열하고 잔인한 살인마와 미친 여자만 남았을 뿐이다.
영화 ‘몬스터’(감독 황인호)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마 태수(이민기)와 그에게 동생을 잃은 미친여자 복순(김고은)의 숨 막히는 추격전을 그리고 있다.
정신연령 7세인 복순은 홀로 야채장사를 하며 단 하나 뿐인 동생 은정을 키운다. 조금 모자란 듯 보여도 가족에 대한 사랑만큼은 남부럽지 않은 복순은 어느 날 자신의 비밀을 위해 연쇄살인을 저지른 태수에 의해 동생을 잃고 만다.
그는 참을 수 없는 분노로 식칼 한 자루만 든 채 겁 없이 태수를 찾아 나선다. 동생의 복수를 위해 태수를 추격하는 복순과, 살인을 마무리하기 위해 집요하게 복순을 쫓는 태수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사연으로 몬스터 같은 면모를 드러낸다. 사건의 시작인 피해자, 죽음의 두려움으로 타인을 끌어들인 어린 나리,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기 위해 그를 죽음으로 내몬 전사장(남경읍), 방관자 경자(김부선) 모두 ‘몬스터’인 것이다. 경계는 무너졌다. 등장인물, 즉 우리들은 모두 괴물이다.
이에 황인호 감독은 “인간은 동면의 양면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 착하네 나쁘네 할 수 없다. 그런 지점에서 태순, 복순이 오히려 더 무결점하다고 생각했다. 등장인물인 사장, 가족들 등 많은 부류의 몬스터들이 나온다. 누가 진짜 몬스터인지 생각하는 것도 재밌는 일이다. ‘몬스터’는 피해자 가해자 영화가 아닌 먹이 사슬의 영화다”라고 소개했다.
모호한 경계. 누가 진짜 몬스터이며 그것은 만들어지는가, 태어나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남긴다. 이처럼 영화는 이민기가 ‘왜’ 몬스터가 되었는지 일일이 설명하지 않는다. 그는 단지 몬스터일 뿐이며, 살인의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황인호 감독은 “태수는 본래 괴물로 태어났다”며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숲속에 홀로 사는 용이나 괴물이라는 생각한다. 그가 왜 살인하는가에 대해서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살인의 이유가 아닌 태수의 존재, 즉 몬스터 자체에 대해 강조했다.
그렇다고 해서 ‘몬스터’가 시종일관 악의 근원, 몬스터의 생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적당히 힘을 빼고 분위기를 반전시킴으로써, 주위를 환기한다. 즉 ‘폼만 잡지’않는다는 얘기다.
무거운 분위기의 이민기가 어둠에 가려진 서슬퍼런 눈을 빛냈다면, 김고은은 천진한 분위기로 다소 외설스러운 가사의 노래를 흥얼거린다. 극도로 상반된 분위기의 이민기와 김고은, 공포 앞에서 인간다운 반응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익산(김뢰하)과 경자(김부선)의 등장은 114분 동안 극 분위기를 풀었다, 조였다를 반복한다.
이 같은 영화의 흐름은 관객들의 허를 찌르거나 긴장감을 유발하기도 했으나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한다.
황인호 감독이 말한 “무결점 캐릭터에서 나사를 하나 정도 뺀 빈틈 있는 인물”들은 물론 매력적이며 그가 선호하는 B급 정서를 충분히 담아냈지만, 영화 런닝타임 동안 그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수습하기에는 벅차보였다. 이는 감독이 그려 넣은 수많은 ‘B급 정서’가 어수선하게 느껴지는 이유기도 하다.
이민기와 김고은의 열연, 피비린내 나는 격렬한 전투에도 런닝타임 114분의 시간은 다소 고단하다. 특히나 정통 스릴러, 화려한 액션에 큰 기대를 걸었다면 신감각 스릴러가 다소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이달 13일 개봉. (사진제공: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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